詩舍廊/時調 123

별우물

별우물 가문 여름 그믐밤 삽 들고가는 아버지 뒤를 아이는 물 찰랑이는 세수대야 들고 따른다 우물을 새로 팔거야 아버지가 말했다 물 담긴 대야를 이리저리 옮겨보렴 대야에 담긴 물에 별이 내려 앉을거야 많은 별 담기는 곳에 물이 제일 많단다 마당 돌며 별을 담던 아이가 고개 들어 아빠, 여기가 별이 제일 많아요 대야엔 찰랑이는 별 까만 밤이 한 가득 어린 앵두 기웃거리는 마당 한 겹 밑으로 눈 맑은 별들이 졸졸졸 모여들고 아이의 까만 눈에도 맑은 별빛 한 가득 191105 한국시조문학 18,19호

詩舍廊/時調 2020.02.12

오래된 평화

오래된 평화 늙은 나무의 밑둥이 오래된 흙과 만나는 곳 그곳은 경계 하지만 아무 경계가 없는 곳 무연히 서로 이어져 나무이고 흙이고 아래로 위로 옆으로 나무는 늘 천천히 걷고 흙은 언제나 그 자리에 덮어주고 밀어주고 평화를 이루었나니 서로 웃고 있다네 세상 어느 곳에서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간결히 부둥켜 안은 평화를 볼 수 있을까 먼 바람 한 점 불어와 쓰다듬고 떠나네 191204/한국시조문학 18,19호

詩舍廊/時調 2019.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