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時調 123

花石亭

화석정 어깨 굽은 느티나무 시름 내려 앉은 곳에 표정없는 정자 하나 표지처럼 서있네 빈 바람 스치고 가는 언덕 위로 무심히 제 몸 태워 비춰줬다는 임금님 도망길은 저 멀리 굽실거리며 천천히 흐르고 있고 이제는 천리보다 먼 북녘땅만 바라보네 동란의 눈동자 박힌 흰 눈썹 향나무는 유난히 오른쪽으로 몸을 비틀며 서있고 박정희 글씨로 박힌 화석정은 참 낯서네 여덟 살 율곡의 시는 긴 세월을 노래하고 새기와 얹은 한 채 정자 저혼자 푸르른데 역사는 다 타버리고 기념만으로 초라하네 묵묵한 솟은 언덕 빈 속으로 다짐하네 저 강물 다시 건널 땐 다시 태워 밝히리 그날의 붉은 눈동자 다시 붉혀 밝히리 190925 /2020청명시조문학상 응모

詩舍廊/時調 2019.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