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주사 곡주사 哭呪士 Y 뒤편 염매시장 지린내 나던 뒷골목 목 꺽인 주전자에 막걸리 넘치던 곡주사 오래된 기억 한 사발 있었다 분노와 두려움을 휘휘 저어 들이키다 중앙파출소 최루탄 터지면 뛰쳐나가던 그 시절 형과 누나들 토악질이 굳은 곳 무한이형 끌려가기 전 이것 저것 모조리 잡혀 기.. 詩舍廊/時調 2019.11.27
발목 발목 천 년 세월 버틴 절집 모퉁이 닳은 주춧돌 본다 기둥 휘고 공포 낡아도 땅 딛은 발목 단단한데 풍상 낀 처마 아래로 곡진 어린 얼굴이 깊다 고작 몇 십 년 주름 몇 가닥 희끗한 귀밑머리 세상 때 낀 입성으로 비척비척 고개 드니 추녀끝 빈 바람 따라 풍경 소리 흩어지네 한 움큼 종아.. 詩舍廊/時調 2019.11.19
플라스틱 美人 플라스틱 美人 당당하게 초라한 나 불안하게 당당한 너 오차 없는 승강기가 수정되지 않은 오답 수정된 정답을 섞어 차곡차곡 쏟는다 절개된 어제들이 보기 좋게 지워졌지만 활짝 웃는 너의 표정은 여전히 미심쩍다 가려진 침대 위에서 부끄럽게 나온 탓인가 너의 새로운 태초를 도무지 .. 詩舍廊/時調 2019.11.07
가을 친구 가을 친구 가을 밤 퇴근 길 라디오가 친구를 불러 나 또한 친구놈에게 전화 한 통 때렸다 술 취한 친구 녀석은 별 일 없나 묻더군 또 다른 친구놈에게 전화 한 통 때리니 그 놈도 술에 취해 집으로 가고 있더군 고맙다 전화해줘서 비틀대며 받더군 집 도착해 밥상에서 꽁치구이에 소주 한 .. 詩舍廊/時調 2019.11.07
영화 영화 당신은 두 시간 동안 스크린에 포박 당한채 강제로 이십만 장의 사진을 보고 나왔다 당신이 제정신이면 그 영화는 꽝이다 20170406 / 20191025 / 詩舍廊/時調 2019.10.25
애월 밤바다 애월 밤바다 서쪽으로 난 창 밖 보이지 않는 바다는 밤새도록 몸살을 앓았다 얼굴도 없이 바람은 윤곽을 찢고 표정을 할퀴고 기슭까지 쫓겨온 파도 끄댕이 당기는 바다 모조리 지워진 경계 뒤섞이는 또 다른 경계 뇌우는 검은 파도에 구름은 먼 수평선에 누군가의 고함이 유리창을 흔드.. 詩舍廊/時調 2019.10.12
사등분 사등분 四等分 살아온 시간의 삼분의 일쯤 지나면 아마도 나는 다 살고 죽었을 것이다 길기도 짧기도 했던 지난 날 삼등분들 마저 살 한 등분은 아무래도 짧을 터 절반쯤 살붙여 산 동갑내기 마누라 그동안 못다한 말들 자분자분 해볼거나 191012 詩舍廊/時調 2019.10.12
과녁 과녁 한 평생 옮겨 다니며 그 많은 살들 다 받았다 그저 그 곳에 놓였을 뿐 어떤 적의도 없었는데 고통은 산발로 꽂혀 온 몸 가득 목숨 자국 이제는 잊혀져 잡풀 우거진 이 언덕 위 청홍 빛깔 바랜 채 기우뚱 흔들리는데 바람 몇 공연히 불어 아문 상처 들춘다 이젠 움찔할 한 마디 배포마.. 詩舍廊/時調 2019.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