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 / 이수명
. . 몇 년만에 다시 이 책을 읽는다. 그때는 어려웠다. 지금은 좀 더 많이 이해하길 기대한다. '詩는 소통하지 않음으로써 소통하는 것이다. 소통으로부터 도피함으로써, 관계 맺고자 하지 않음으로써, 거리를 둠으로써, 그 결과 전 시간적이고 전방향적인, 우주적인 접촉을 시도한다. 스스로 멀어짐으로써, 타자의 이해를 구하지 않음으로써, 존재하는 모든 피조물들, 인간과 자연, 무생물에 이르기까지 직접적이고 내밀한 소통을 하는 것이 詩이다. 이것은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 소통이다. 詩가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가지 못하고 외부로의 소통을 겨냥한다면, 사실 그것은 웅변이나 논설보다 지리하고 효과도 떨어진다. 또 소통을 염두에 두고 쓰여진다면 그것은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일정한 그룹이나 소수의 구성원들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