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물녘 조언 나는 거지 아니다 교정을 배회하는 프티부르주아 아니다 나는 인간, 아니다 지금은 알고 싶지 않다 가방 하나 칼 한 자루 어제는 인문관 근처에서 오늘은 학군단 컨테이너 뒤에서 쑥을 캤다 때때로 버찌도 따고 모과나무 열매를 향해 돌을 던진다 그러다가 새들을 날려 보낸다 몇 해 전 글 잘 쓰던 소설가가 부임해왔지만 그는 곧 교수 자리에 안착해 소설 따윈 잊어버렸다 백내장으로 눈먼 언어학 교수는 식후에 여학생 둘의 팔짱을 끼고 매일 운동장을 세 바퀴 돈다 나는 내 시를 혐오하는 동료들과 장난을 치고 자기 시간을 빼앗았다고 내게 누명을 씌운 선배 강사와 농담을 한다 나는 일주일에 예닐곱 시간 단순노동을 하고 시간제로 임시직으로 조합도 정년도 없이 살게 될 것이다 제도에 반항하는 척 난 얽매이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