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 / 유홍준
. 참새 새 중에 제일 예쁜것 참새, 작야야 돼 오리는 좀 크다 싶고 닭은 좀 무섭다 싶고 참새가 딱 좋아 주먹에 쏙 들어오는 크기, 그게 내가 생각하는 크기, 내가 만만하게 생각하는 크기야 그림 그리는 사람을 만나면 참새나 몇 마리 그려달라고 해야지 나도 이제 낼모레면 노후, 연금으로 살아가는 사람처럼 저 산 밑에 집을 짓고 참새 노는 거나 내다보며 살아야지 조그만 것들이 쪼르르 쪼르르 달려가 무언가를 쪼면 무료도 즐거울 거야 무료도, 행복할 거야 누가 알아 저 작고 예쁘고 앙증맞은 것 몇 마리를 잡아 구워 먹으면 내가 주먹만 해질지 치매에도 안 걸리게 될지 저 작고 앙증맞고 예쁜걸 먹었다는 죄책감도 오래 시달리게 될지 그 죄책감 덕분에 도덕군자가 될지 암만 생각해도 새 중에 제일 예쁜 건 참새,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