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그리움 비 몇 번 오더니 창 밖이 서늘해졌습니다 그리던 것들은 이렇게 문득 다가오지만 지나갈 때쯤이라야 왔구나 하지요 내일은 아버지 기일입니다 이 십 몇 년 같이 살고 삼 십 몇 년 흙 속에 계시지요 어제 내린 비에 실려 다녀가셨는지도 모릅니다 이마에 닿던 흙 내음 아버지의 눈.. 詩舍廊/~2021습작 2017.08.22
그늘 2 그늘 2 월급날 통장 스쳐간 부스러기들 쓸어담고 닭다리 하나 소주 탄 생맥주 한 잔 버스 내려 집까지 급한 내리막 발 끝으로 버티는 한 걸음 한 걸음 저멀리 깔딱깔딱 숨 넘어가는 서쪽 하늘 2017.08.10. 詩舍廊/~2021습작 2017.08.10
그늘 그늘 피식 웃는 그녀 눈끝의 무게 창밖을 바라보는 남자 두꺼운 어깨 양지녘 어머니 주름진 두 손 텅 빈 아파트 들어서는 꼬마의 숙인 고개 버스에 널부러진 노가다 막걸리 냄새 모퉁이 마른 나무의 가늘고 긴 그림자 월요일 아침의 목사 잠긴 목소리 빈 벽에 삐뚜루 박힌 녹슨 대못 꽃 진.. 詩舍廊/~2021습작 2017.08.07
그 곳으로 그 곳으로 허공을 찌르면 주루룩 빗물이 흐를 것 같다 그 탓인가 젖은 아궁이에 불을 넣는 일이 참 어렵다 자꾸만 흐르던 길을 흐르는 눅눅한 시간 최대한 짧은 글을 골라 음습 위에 걸친다 느린 삼투가 닥치기 전 잉걸불이 일었으면 글자들이 자꾸 떠내려가는 눈 앞 꾸역꾸역 생각을 밀.. 詩舍廊/~2021습작 2017.07.24
소리 소리 이동식 발전기를 아십니까 콘테이너 박스만 합니다 기름을 먹고 전기를 만듭니다 아파트 한 동을 감당합니다 160세대 대략 500명 정도가 지난 일주일 앞으로 나흘 푸르딩딩한 괴물에 목 놓고 삽니다 기세가 대단합니다 쉴 새 없이 굴뚝으로 열기를 뱉어 곁에 있던 목련나무가 .. 詩舍廊/~2021습작 2017.07.16
조롱 조롱 더운 날 멀리 가버린 詩를 생각한다 겨우 한 달 남짓만에 온 몸을 기댔던 정신의 기대는 멸종했다 결국 내게 詩란 남루한 나를 가리는 누더기 밥벌이를 부여잡으려는 손이 가볍게 놓아버린 그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울화를 던지면 입 쳐닫고 그저 삼키던 슬픈 아내 장마는 며칠째 .. 詩舍廊/~2021습작 2017.07.06
프로방스에서 프로방스에서 숲이 울던 어제 꽃잎을 훔치던 길목에서 녹슨 돌 하나를 만났습니다 저는 어떤지 모르지만 내 보기엔 바위라 하긴 좀 그런 돌멩이라 하기에도 좀 그런 그저 그만한 그래도 나름 단단한 눈이 맑지않은 모진 돌 하나 불쑥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나에게 넌 내게 아무 것도 아냐 .. 詩舍廊/~2021습작 2017.05.19
아내의 논리 아내의 논리 당신은 내게 착하지 않다 따라서 당신은 착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착하게 대하는 것은 착한 척 하는 것일뿐이다 당연히 당신은 나쁜 사람이다 나는 나쁜 사람에게 늘 당하는 착한 사람이다 한 마디만 더 나쁜 인간이 순결한 시를 쓰는 것은 가당.. 詩舍廊/~2021습작 2017.05.16
고창병 고창병 중학교 농업시간에 들었다 (도시 학생인데 왠 농업?) 소가 콩가마니 뒤져 한 말이나 실컷 먹으면 밤새 콩이 불어 배가 터진단다 쉰 너머 문학강연서 들었다 (청년도 아닌데 왠 문학?) 어중띠기가 도서관 뒤져 시집 기 백 권이나 실컷 읽으면 밤새 시가 불어 머리가 터진단다 소 형편.. 詩舍廊/~2021습작 2017.05.14
친절한 당신 친절한 당신 당신은 늘 아무 것도 하지 않아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책을 읽던가 스마트폰 게임을 하던가 맛있는 녀석들을 볼 뿐 중간 중간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필 때 내 앞을 스쳐가지 어떤 날은 한나절 동안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아 벽 하나 사이 당신은 당신 속에 있고 나는 당신 곁에 .. 詩舍廊/~2021습작 2017.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