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뒤의 봄 등 뒤의 봄 가득하다 꽃이 생명들이 꼬물꼬물 봄이 오는 봄 내 등뒤에 선 봄은 문득 무섭다 빈손 흔들던 담쟁이 마른 손가락 내밀 듯 등 뒤에서 쿡.. 나를 찌르는 봄 거친 언덕 발치에 누운 부끄러운 강 아랫도리부터 젖어드는 어쩔 수 없음 나의 봄 내 아이의 봄 그 간극에 암술은 .. 詩舍廊/~2021습작 2011.10.31
抽象 抽象 눈 그쳐 시린 하늘 까마득히 매 한 마리 깜박 허튼 눈 따라오르는 미루나무 끝 소실 하나로 파르르 발톱 번득 그 소실 하나 하늘 찍어 긋는다 파아랗게 베어진 겨울 산 그 소실 하나로 피 한 방울 꽃 피우는 시퍼런 마음 * 2010. 12. 13 초고 / 2011. 11. 4 수정 詩舍廊/~2021습작 2011.10.27
송년소묘 92 송년소묘 92 빚 잔치가 끝난 줄 알고 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마누라 악다구니가 냅다 부딪힌 알정강이 아픔으로 꽂힌다. 멀리서 올드랭사인이 변주되어 흐른다. . .. 끝났다. 휙 떠오른 뒷 굽이 반쯤 튿어진 마누라 구두. 몇 문인지 알 수가 없다. 구두를 사줘야겠다. ..... 빚으로.. .. 詩舍廊/~2021습작 2011.10.07
예보 예보 뜨거운 것을 넘기려면 마른 침 끌어 먼저 갈라진 목줄기 적실 일이다 매운 하늘을 당겨 먼 바다 자리를 만들고 어서 달 끝에 걸린 구름 좇을 일이다 불쑥 다가올 장마 젖은 햇살이 장대로 타오르 때면 미리 먹장 끝에 매달린 매운 것들 갈무리할 일이다 2007.6.21 초고 / 2011.10.7 수정 詩舍廊/~2021습작 2011.10.07
참치 머리의 푸른 슬픔 참치 머리의 푸른 슬픔 주먹만한 눈자위가 녹자 끈적하게 흐르는 슬픔 허옇게 언 바다 절명의 눈물주 한 잔 마시자 맞바람에 휘청이던 손끝 외줄 한 가닥에 걸린 목숨 곤두박질 치던 붉은 눈살 저며 우리를 가리자 치명적인 미늘 오오마의 심장이 뽑힐 줄은 몰랐다 펄떡이던 정수리 깊고 푸른 생각을 .. 詩舍廊/~2021습작 2011.09.30
낙엽의 경제학 낙엽의 경제학 오후 네시 그림자가 길 어깨에 닿았으므로 푸른 계약은 해지되었다 한 방울의 급여는 종료되고 임시직에게 퇴직금은 없다 남은 이들은 상관할 바가 아니다 그들의 떨켜에도 해고는 맺힌다 우리는 곧 끈적한 체관을 닫고 몇 가닥 물관으로 높이를 버틸 것이다 느리게 정박하는 어스름 .. 詩舍廊/~2021습작 2011.09.23
간격 간격 어떤 간격을 만들어 놓았는지 궁금하다면 밤 하늘을 보라 시시하게 꽂힌 별 몇 개 그 뒤로 쭉 늘어 선 기억들 맨 뒤가 최신식이야 턱없이 오래된 이야기들의 꼬지 넌 그저 수만년 전의 면전 삐딱하게 비웃는 별 몇 개 뒤엉킨 다섯개의 하현달 입술을 닦으며 번지는 구름 아무 것도 제 자리에 없는 .. 詩舍廊/~2021습작 2011.09.23
에코의 시간 (빌린 사진) 에코의 시간 움베르토 에코에게 주어 진 일년은 8,760 시간 자고 일어나고 밥 먹고 씻는데 4,197 시간 일상적으로 왔다갔다 하는데 730 시간 * 대학 강의와 상담 569 시간 글 쓰는 데 관련 된 시간 1,930 시간 초청 모임 참석에 관련된 시간 695 시간 놀고 일하는 시간 도합 3,194시간 남는 시간 638 시.. 詩舍廊/~2021습작 2011.09.22
스마트 스마트 저녁이 동작대교에 덜컹 걸린다 붉은 하루가 터져 나가고 한강은 저 혼자 저문다 똑같은 표정들은 그저 끄덕끄덕 깊은 고개 아래 두 손은 가슴 위 눈으로 생각을 말리고 지문을 닦으며 안으로 들어간다 제각기 다른 문을 따는 알리바바들 깊은 팔짱으로 거부하는 사랑 어.. 詩舍廊/~2021습작 2011.09.14
끈끈함이란 끈끈함이란 2011. 9. 14 잠깐 쉬는 일이 아주 쉬는 일이 될 수도 있는 칼이 돋은 의자 길로틴 침대 쉬면서 죽어가는 오래된 함정 시간은 끈적하게 매달려 목을 조른다 詩舍廊/~2021습작 2011.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