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있는 문들 누워있는 문들 1. 밟힌 땅떼기 한 줌 혼자 기어 올라와 아무도 보지 않는 하늘을 조용히 보고 있다 생명들은 모두 딱딱한 이야기를 나눈다 바람은 차곡차곡 하얗게 쌓이고 빈의자 하나 마른 땅 넋두리를 듣고 있다 마주 볼 수 없는 분할들 여기저기 네모난 표정들이 반듯하다 2. 경.. 詩舍廊/~2021습작 2011.12.14
쇠말뚝을 향한 경배 쇠말뚝을 향한 경배 목욕은 하지말 것 따라 나서는 것들을 위해 피는 삼키고 참을 수 없어도 굶을 것 세계를 바꾸는 의식은 숭고한 법 열린 동굴에선 물컹한 깊이가 만져진다 시간이 빠져나간 자리는 고개를 쳐들어도 보이지 않는다 검붉은 거울 속으로 흐물거리며 기어 들어가는.. 詩舍廊/~2021습작 2011.12.07
안개 안개 올라간 것들이 내려 왔다 가볍게 흩어져 풍경을 닦아내지 못하지만 먼지 하나 나뭇가지 하나 이마를 적시며 손끝을 깨우며 흰 그림자가 된다 축축하게 식은 아침 깨어난 것들은 어깨를 털고 발목이 잠긴 먼 산은 풀풀 떠난다 바짝 엎드린 시간 틈 지워진 것들이 흐른다 뭐라.. 詩舍廊/~2021습작 2011.12.05
뿌리 뿌리 떠나면 어디로 갈 지 모른다 참 오랫 동안 많은 것들을 물어 뜯고 깨물고 짓씹으며 지냈다 철통의 완고함으로 높다면 높은 곳에서 지나가는 것들을 검문하고 이미 죽은 것들을 사살하며 유약한 내부를 위해 해체된 적들만 통과시켰다 깊고 높은 곳은 벌써 떠났다 단단하고 .. 詩舍廊/~2021습작 2011.12.01
도루묵 도루묵 어무이 도루묵 한 봉다리 천원에 샀심더 억수로 싸지예? 아따 뭐가 그래 헐노? 시장 아지매가 그래 주대예 아래 아롬이 할매가 몇 마리 주디만도 그래 싸노이끼네 존는 갑다 맛 업습미꺼? 도루묵이 무신 빌 맛이 있겠노 그래도 싼 맛에 무보는기지 그 아지매가 그래서 그랬.. 詩舍廊/~2021습작 2011.11.28
두개골의 경제학 두개골의 경제학 다섯 개의 미궁으로 거래되는 표정들 변덕은 주름을 펼쳐 투구를 덮고 난해한 검은 밭은 길을 잃는다 손 쉬운 단절로 두개의 옹관은 깜빡이고 다랑이 논 겹겹이 쌓여 무성한 위 켠 소란스러운 태양 들이치는 폭풍 달 그림자 거친 들판을 지나 오르내리는 숲 까맣.. 詩舍廊/~2021습작 2011.11.14
목사님의 김밥 목사님의 김밥 한국에서 목사 노릇을 할려면 목 메이는 아침의 시장기 어린 기도와 김밥을 꾸역 맛있게 먹을 줄 알아야 합니다 유부초밥 같이 새콤 부드러운 삼십대 후반의 목사님은 새벽 기도회를 마치고 콩나물 없는 콩나물 국을 휘감아 참치김밥 한 줄 넘기고 다시 치즈김밥 .. 詩舍廊/~2021습작 2011.11.09
오래된 벽돌 오래된 벽돌 1. 갓 태어난 바람이 불어 남한강 낮은 사구(沙丘) 이름을 부른다 이제는 다시 떠나야 할 때 어깨에 얹힌 페름의 화석을 젖힌다 쉽게 떨어지지 않는 고생(古生)의 저력 굳어가며 수 없이 들었던 뜨거운 멸종 퇴적은 타버리지도 잊혀지지도 않는다 갇혀있던 누런 햇볕이.. 詩舍廊/~2021습작 2011.11.08
밤샘 밤샘 밤을 샌다 꼰 다리가 저리고 등줄기가 눅눅한 밤을 샌다 손뼉을 부딪혀도 숨처럼 빠져 나가는 모기 한마리와 함께 새벽은 쉬지도 않고 달려오고 어둠은 자꾸만 뒤척인다 두런두런 속삭이는 마른 시간들 흐르다 멈추는 수염 자라는 소리들 되살아나는 꽁초들 쓰라린 연기에 .. 詩舍廊/~2021습작 2011.11.04
12월 12월 정기 구독 신청한 잡지가 우편으로 왔다 잡지는 앞을 달린다 하지만 잡지 못한 내 뒤에 스러져 있기도 하다 시를 네 편 읽고 단편을 한 편 읽는다 그렇게 나는 앞선 12월에 있지만 내 가방 속 지나가지 못한 시간들은 무겁게 웅크리고 있다 읽혀지지 못 한 생활 두터운 아쉬움.. 詩舍廊/~2021습작 2011.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