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귄다는 말 사귄다는 말 2011. 1. 13 너와 나는 오랫 동안 사귀어 왔다 오늘 나는 너에게 사귀자고 말했다 어제까지 너의 사귐은 무엇이고 오늘부터 나의 사귐은 무엇인가 사귐에는 밀도가 있는 것인가 사귐에도 넘을 벽이 있는 것인가 어제의 사귐을 밀치고 오늘의 사귐이 굳이 증명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거리.. 詩舍廊/~2021습작 2011.01.13
거리 거리 2011. 1. 3 나의 바램은 감격하고 마음에 흡족하고 용기를 얻고 감동하고 마음이 넓다 유쾌하다 감사하다 마음이 놓이다 의기양양하다 감탄하다 마음이 열리다 자신만만하다 고맙고 만족스럽다 자신에 차며 고무되다 매우 기쁘다 자유롭다 관심을 가지다 멋지다 정신이 바짝 들다 궁금하다 명랑하.. 詩舍廊/~2021습작 2011.01.03
2010 송년 소묘 2010 송년 소묘 2010. 12. 31 되돌아 보면 너무나 많은 말들을 했다 이루지 못할 희망을 남발하고 싸구려 詩를 뱉고 대책 없는 악다구니 습자지 같은 아는 척 스스로를 속인 다짐들 갈팡질팡한 기도 둑을 넘쳐 흐른 변명 그러나 되돌아 보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무책임한 침묵 말 같지 않은 詩들 게으름 .. 詩舍廊/~2021습작 2010.12.31
지게 지게 2010. 12. 27 동지 지나 꽁꽁 언 막달 기우는 밤 한 해를 돌아보니 참 공으로 살았다 이 끈 저 끈 끈이란 건 모조리 잘려 염치마저 닳아빠진 몽당 빗자루 신세였는데 형, 형 하는 오랜 후배 고마운 웃음에 기대고 몸 무거운 옛 직원 분투에 더부 살고 월세에 쫒기는 동생 손 시린 배려에 얹히고 하다못.. 詩舍廊/~2021습작 2010.12.27
點心 點心 2010. 12. 13 내 생각키엔 눈 뜨고 눈 감는 시간의 한 가운데는 오후 세 시이지만 긴 잠 깬 아침을 눈 부시게 건너 뛰느라 한 가운데는 끌어 당겨지고 참을 수 없는 습관의 공복 꼬박 딛고 넘어서지 않으면 하루는 멈추리라 하늘 정수리에서 점 하나 끌어 열려 주린 마음에 콕 찍어 담는 .. 詩舍廊/~2021습작 2010.12.13
정체 2 정체 3 2010. 11. 15 답답한 이야기를 담고 오래된 미래로 돌아오는 제법 긴 길 늙은 내 차조차 실어나를 기운이 없어 축 늘어진 도로 위에서 소용없는 브레이크를 밟고 서서 낡아빠진 황지우를 읽는다 예종에서 쫓겨난 그는 지금 유신의 임진강가를 서성이고 있는 중이다 막히는 길에서 가.. 詩舍廊/~2021습작 2010.11.11
스타우트 스타우트 2010. 11.12 따뜻하게 해가 저무는 겨울에 사무실에 앉아 맥주 한 병을 마신다 Black Beer Stout 한 잔도 되지 못하는 Deep & Rich Stout 검은 맥주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한 하루 그 주저함을 시커멓게 담고 목을 넘어간다 어둔 마음을 만나서일까 갑자기 눈 앞이 흐려지고 집에 가고 싶다 Deep &.. 詩舍廊/~2021습작 2010.11.10
詩의 쇄뇌 詩의 쇄뇌 2010. 10. 22 사무실 책상 위엔 시 전문지 몇 권 사무실 화장실엔 김수영 시 전집 손 가방 안엔 신대철의 무인도.. 뭐라는 시집 자동차 운전석 옆에는 황지우 집 안 책상 위엔 보들레르 집 화장실엔 이하석 침대 옆엔 미당문학상 수상집 노트북 화면엔 엘리어트 발길과 손길 그리고 .. 詩舍廊/~2021습작 2010.10.22
악취 악취 2010. 10.6 명절 끝에 달라붙은 이번 감기는 제법 끈질기다 신열로 제대로 낚아채 자리에 눕히지도 못하면서 머리통을 쥐락펴락 영 맥을 놓게 만드는 집요가 있다 보름 넘게 씨름하느라 삭신이 물러졌나 싶었더니 정작 꾹꾹 눌린 몸뚱아리는 멀쩡한데 소통이 말썽이다 오한과 함께 떠.. 詩舍廊/~2021습작 2010.10.04
폭죽 소리 폭죽 소리 2010. 10. 1 며칠 전부터 밤 10시 무렵이면 어디선가 폭죽 소리가 들렸다 특별히 축하할 일도 불꽃을 터뜨려 기뻐할 일도 없는데 오늘도 닫힌 창문을 두드리며 퍼 펑 펑 퍼펑 폭죽 소리가 들렸다 슬리퍼 바람으로 달려 올라 간 옥상 활짝 어둔 하늘은 태연하다 그때 들리는 남쪽 집.. 詩舍廊/~2021습작 2010.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