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만난 귀가 이별을 만난 귀가 2011. 1. 24 주일 오후 눈이 내렸다 습관처럼 찾아든 신의 처소 속절없는 회개가 마당에 쌓일 무렵 도망치듯 집으로 향하는 길목을 눈은 축적된 집착으로 귀가를 완강히 막는다 빤히 보이 는 고개 마루를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고 도무지 오르지 못하는 가소로운 절망 제자리를 헛돌다 주.. 詩舍廊/~2021습작 2011.05.12
슬픈 개꿈 슬픈 개꿈 2011. 5. 6 새벽녘 어설픈 잠결에 나는 죽어야만 했다 망연히 앉아 오분 뒤면 죽어야하는 시간 기도라도 해야 했지만 머릿 속은 아이들이 가득했다 다시 볼 수 없을 내 아이들 주르르 눈물이 흘렀다 두려움 보다는 아쉬움 그리고 슬픔 죽어갈 때 가장 소중한 것 그것이 자식임을 확인한 것이다 .. 詩舍廊/~2021습작 2011.05.06
좁은 풍경 좁은 풍경 2011. 5. 3 가는 귀가 살짝 먹은 어머니가 거실에서 목놓아 TV를 보고 있다. 아래로 흐르는 수상기 속 낯 익은 얼굴들이 치고 받고 욕하고 고함치고 운다. 욕망의 불꽃은 치열하게도 타오르고 있다. 마음이 아픈 아내는 안방 문을 걸어 잠그고 깜깜하게 잠들어 있고 아이들은 제 방에 슬어 이어.. 詩舍廊/~2021습작 2011.05.03
무릎 무릎 2011. 3. 7 나는 무릎 꿇지 못한다 나의 아픔이 나를 무릎 꿇지 못하게 한다 나를 무릎 꿇지 못하게 만든 의지에게 묻는다 꿇지 못하는 무릎의 곧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나는 지금 정말로 무릎 꿇고 싶다 詩舍廊/~2021습작 2011.03.07
넓어지는 집 <빌려온 사진> 넓어지는 집 2011. 3.3 길은 자라면서 점점 좁아진다는 것을 어릴 적 살던 동네를 찾아가서 알았다 하지만 그 동네 삽짝에 놓인 어머니의 오랜 집은 넓기가 배꼽마당이 되고 말았다 아버지가 빠져나가고 아들 둘이 굴러 나간 대청 마루는 삐걱거리는 빈 목소리만 .. 詩舍廊/~2021습작 2011.03.02
올챙이에 대한 반성 올챙이에 대한 반성 2011. 2. 21 배가 빨간 무당개구리 한 마리 뺀질거림이 조금 불길하긴 했지만 포항 오거리 개굴창에서 할딱이던 올챙이 시절에 험한 꼴 꽤나 당해봤다니깐 그래도 세상 바라보는 눈은 선하리라 생각했었다 틀려먹었다 길거리 좌판에서 굴러먹고 야간상고 양아치들의 생존본능만 빨.. 詩舍廊/~2021습작 2011.02.21
겨울 매미 겨울 매미 오후 두시 칠분 오늘 하루 블로그 방문자 한 명 책도 읽을 수 없는 초조한 정신 그저 떠돌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대책없는 눈길 반기는 기색조차 식어버린 집으로 갈 수도 없다 의무는 바깥을 떠돌고 책임은 실내를 음흉하게 흐른다 두려움이 차곡차곡 쌓이는 이월 그.. 詩舍廊/~2021습작 2011.02.18
그 여자 그 여자 2011. 2. 9 넌 왜 담배를 피니? 샤워를 하는 여자의 긴 허리가 묻는다 오래된 꼬냑 한 잔 목젖을 지나 좁은 어깨에 뜨겁다 먼 불이 켜진 초라한 거실 쉬 잠들지 못한 시간들이 철컥철컥 걸어다니고 묵은 향기가 명치에서 솟아오를 무렵 샤워를 끝낸 여자를 끈다 깊은 침대가 .. 詩舍廊/~2021습작 2011.02.09
삼각 철학 삼각 철학 2011. 2. 8 푸코. 타자여, 정신 바짝 차리라 동일자들의 세상이 너를 어떻게 속이고 있는지 살피라 그렇지 못하면 너와 세상은 불행할 것이다 틱낙한. 사람이여, 정신을 깨워라 만물이 사랑이라 세상일 돌아가는데 휩쓸리지 말라 그렇게 하면 너와 세상은 행복할 것이다 어떤 여자. 시청자들이.. 詩舍廊/~2021습작 2011.02.08
벽을 타고 오르는 시간 벽을 타고 오르는 시간 2011. 1. 18 한 밤 잠긴 문 옆 좁은 벽으로 철컥 철컥 기어 오르는 시간을 듣는다 지금은 어두운 아버지가 나를 깨워 바스락 잠자는 아이들이 두려워지는데 감긴 눈 치켜올린 두꺼운 은폐를 들추며 뚜벅 뚜벅 내 위를 걸어왔던 것일까 꼼짝 않고 죽은 듯이 누운 나를 지나 철컥 철컥.. 詩舍廊/~2021습작 2011.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