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태양 부끄러운 태양 2011. 9. 2 다 타버릴 날이 두려워 이글이글 끓이는 조바심 눈 부시게 쳐다보면 얼굴 가리고 물러선다 온천지 다 드러내놓고 저는 팔분 십구초 전에 줄행랑 친 부끄러운 태양의 그림자 내가 사는 이 세상 詩舍廊/~2021습작 2011.09.02
참치의 생각 참치의 생각 2011. 8. 22 시퍼헣게 요동치는 오오마의 바다 파도에 꽂히는 송곳 같은 빗줄기 차가운 물 속의 질주 또는 강하 튀어 올라 바라본 근육질의 하늘 탁, 바다를 박차는 탄도의 지느러미 잽싼 전갱이 또는 오징어의 도주 저며낸 정수리 살점에 묻어 나오는 펄펄 뛰는 오오마 바다의 비린 뱃전 도.. 詩舍廊/~2021습작 2011.08.22
물난리 물난리 2011. 7. 28 한 사흘 미친 듯이 비가 내린다 도시의 산이 무너져 내리고 도로는 터진 개천이다 일년 내릴 비의 반이 요 며칠새 다 내렸단다 세상엔 비가 넘치는데 창틈도 빗물이 넘실대는데 집안엔 수도가 끊어져 물이 없다 똥 누고 내릴 물도 없다 비 맞으며 물 한 병 사다 비 젖어 마른 속에 들이 .. 詩舍廊/~2021습작 2011.07.28
우연이라도 붙들고 싶은... 우연이라도 붙들고 싶은... 2011. 7. 14 조혜진의 '영원의 달리기'란 소설 끄트머리에 - 이 소설은 김행숙의 '세월' ....을 읽으며 시작되었음- 이란 뭔가 찜찜함을 덜고자하는 첨언을 읽고 늘 그랬던 방식을 따라.. 한참을 건너 뛰어 다음 읽을 시를 펼친다 그곳엔 김행숙의 '유리창에의 매혹'이란 시가 있다.. 詩舍廊/~2021습작 2011.07.14
수염 수염 2011. 7. 12 머리가 듬성 비면서 나는 자꾸 수염을 길렀으면 한다 일주일 남짓 길러 눈 아래 삐죽 비치는 수염을 보면 클린트이스트우드 질끈 씹고 있는 시가처럼 멋있다 머리가 듬성 빈 나를 보며 아내는 극구 내 수염 깎지않는 것을 거부한다 이삼일 버텨 인중에 까칠함이라도 비칠라치면 텔레비.. 詩舍廊/~2021습작 2011.07.12
아내 아래 아내 아래 2011. 6. 10 한 일주일 저녁마다 눈알 빠지게 공부하더니 평균은 91점 아내는 89점 끝에서 6등이란다 그래도 이만만해도 어디냐고 웃는 당신 옳은 것과 옳지 않는 것 그 비겁한 경계에서 도무지 알쏭달쏭 헷갈려 모르겠다던 당신이 내려다보는 그 아래가 좋구려 詩舍廊/~2021습작 2011.06.10
비의 나라 비의 나라 2011. 6. 7 생명이 세로로 흐르는 그 곳 오다이가하라 적란운 하늘은 숲을 머금고 너도밤나무 땅은 하늘을 잉태하는 곳 비는 내리다 가지 위에서 얼고 물은 흐르다 깊은 아래에서 날아 오르는 오다이가하라 생명이 서로 흐르는 그 곳 아, 비의 나라 詩舍廊/~2021습작 2011.06.07
오십 그리고 오월말 <빌려온 사진> 오십 그리고 오월말 2011. 5. 31 가리려도 도무지 가려지지 않는 텅 빈 머리 슬쩍 웃어도 가슴 찌릿하기만 한 아내의 서슬 세 살 무렵 저를 얼르던 우리를 얼르는 딸아이 한 잔 하자 정겨웠던 전화가 무서운 저녁 내려 설 계단 끝없는 깊이를 생각하면 아찔한 무릎 앞으로 십년 비루먹을.. 詩舍廊/~2021습작 2011.05.31
門 門 2010. 5. 24 저 문 너머 가슴이 무너지는 사람이 있다 문 밖에서 나는 무엇이든 꽃처럼 부여 잡고 있으나 수분으로 까맣게 메마르는 사람이 있다 불을 끄면 창문을 열고 뛰어 내릴 것 같은 저 문 너머 꽃잎에도 무너지는 아픈 사람이 있다 詩舍廊/~2021습작 2011.05.24
푸른 저녁 푸른 저녁 2011. 5. 16 노을이 다 타버린 저녁 숨어 있던 설움들이 발끝 걸음으로 슬그머니 나타났다 기진한 하루 끝 시퍼렇게 언 얼굴 디밀고 사위 마다 시린 가슴을 저미더니 달 미늘 날카롭게 반짝여 식은 산을 걸어올릴 때 슬쩍 고개 숙여 어둠 속에 숨는다 詩舍廊/~2021습작 2011.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