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命 生命 하나아 둘 쉬는 숨 하나 둘 또 쉬는 숨 멈추면 그만 쉬는 숨 못 멈추어 쉬는 숨 술 취해 생각하는 숨 살아있어 쉬는 숨 2012.01.20 詩舍廊/~2021습작 2012.01.20
영업사원 영업 사원 대목을 앞두고 나를 팔러 다닌다 정수리 위로 게으른 세월이 쌓여 수직의 관절들이 모조리 삐걱대는 낡은 입상 신화는 알뜰히 지워졌다 아침마다 주문을 외우고 바라보지만 새로 뜨는 태양은 대놓고 외면하고 저 혼자 저 멀리 흘러갈 뿐 또 한 겹 껍질을 벗기고 길을 나.. 詩舍廊/~2021습작 2012.01.18
詩人通信 詩人通信 굴전 부침내 번들한 피맛골 즈음에 능곡 토굴처럼 깊은 소굴이 있었다 저녁해가 완강한 교보문고 지하로 내려가고 종로 가득 건강한 퇴근들이 쏟아져 나오면 철문을 젖히고 들어서는 낯익은 얼굴들 시작은 늘 마른 멸치에 맥주 몇 병 그리고 따로 문 바깥 일차 끝난 족.. 詩舍廊/~2021습작 2012.01.11
금강 금강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계곡에 부릅뜨고 누워 마른 산 발목만 부여잡고 있다 꽁꽁 언 마음 위 백만개의 형형한 눈으로 네가 먼저 떠나라 쩡쩡 울며 등 떠미는 금강 2012. 1. 5 詩舍廊/~2021습작 2012.01.05
관계 관계 널 탓할 마음은 없다 가난이란 그런 것이다 뒤주 하나에 목줄을 함께 담그면 네 숟가 락은 언제나 내 것보다 크다 덜 주린 자가 한 술 덜 먹고 자리를 일어나는 것이 마지막 미덕 바닥이 보이면 바닥 아래 속도 끄집어 올려진다 밥 한 술에 건더기 두 번 건지다 미움을 받았던 .. 詩舍廊/~2021습작 2012.01.05
다시 다시 참 오랜 만에 눈을 뜨네 한 일년은 지났나 자네들도 그동안 잘있었는가 물살이 뱅뱅 도는게 바깥에 바람이 센가보네 기장 앞 여가 원래 유난하지 저기 잎 넓은 해초 뒤로 가세 떠밀리는 몸도 추스리고 먹을 거라도 챙기세 그날 그 바다에 무슨 일이 있었는 지는 몰라 난 그저 .. 詩舍廊/~2021습작 2011.12.27
命中 命中 오늘도 하나의 확실한 명중을 받기 위해 빈 들판에 홀로 가슴을 열고 서 있는 과녁 --- 신달자 <과녁>중에서 가슴 한 가운데 또는 목숨 한 가운데 처음 그 곳을 노린 사람은 누구였을까 선명한 응시 가슴 뚫으며 이름한 숨통을 콱 끊을 그 한 마디 찾은 사람은 누구였을까 *.. 詩舍廊/~2021습작 2011.12.26
추운 거리의 소주병 하나 추운 거리의 소주병 하나 너무나 반듯하게 길다란 경계석 위로 지나간 한 사람의 얼굴이 놓였다 새파랗게 얼어붙은 외로움으로 꼿꼿하게 선 참이슬 클래식 빈 한 그루 어디서부터 서러움은 끌려 왔을까 또 언제 바람 찬 이 길을 찾아 왔을까 홧홧한 차가움을 들이키고 문득 섰다.. 詩舍廊/~2021습작 2011.12.23
식탁 식탁 지친 해 긴 꼬리가 희미하게 닿은 곳 지지직 텔레비전의 수다를 삼키고 종일 식었던 체온 일어난다 삐그덕 냉장고를 열어 주저하는 먼 안부를 꺼내고 바싹 마른 부양의 보시기를 연다 검버섯 핀 은수저로 퍼올린 한 숟가락의 연명 모서리 닳은 일생에 놓인다 톱니바퀴로 넘.. 詩舍廊/~2021습작 2011.12.20
세렝게티의 그녀 세렝게티의 그녀 어둑한 세렝게티 철갑의 마라강이 튼튼하게 흘러온다 두 개의 등뼈를 따라 강이 잠시 멈추면 쏟아져 달리기 시작하는 누우떼 각자의 방향으로 적의를 잃은 악어 두려움은 덩어리로 뭉쳐 기슭을 오른다 겨울의 등짝을 지나 주머니 깊이 양 손을 찌르고 묵묵히 앞 사람의 .. 詩舍廊/~2021습작 2011.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