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 Promotion Summer Promotion 시청을 돌아온 마른 바람이 목덜미에 검댕을 바르며 지난다 휘발유 냄새나는 땀 한 줄기 재빨리 연소되고 아홉 번 돈 사면 한 번은 공짜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저 혼자 차갑다 도시를 더듬는 마른 시인의 몇 마디 굳은 밥알처럼 머리에서 맴돌다 의미없이 덮힌다 쫒기는 생.. 詩舍廊/~2021습작 2012.06.25
십년 십년 예순 먹은 선배가 하는 말 쉰이면 새 길을 걷기에 딱 좋은 나이군 길끝에 서서 어지러운 오후에 저만큼 서서 부러워하는 시선이 닿아 목마름을 잠시 잊는다 지나간 십년을 아까워하는 선배 자리 눈가에 파릇하게 걸린 내 세월 한 자락 돌아보면 뒤로 쌓인 수 많은 자락들 왜 길끝에.. 詩舍廊/~2021습작 2012.06.21
그날 아침 어느날 아침 오늘 아침 나는 또 나로부터 얼마나 멀어졌을까 가득히 빈 어제는 충만하다 피하가 빛나고 비치는 것이 자랑스러운 곳 꽃잎 하나 붙들어 매고 우는 수 많은 입술들 화사한 끼니들 태양은 참 멋모르고 웃는구나 2012. 6. 11 詩舍廊/~2021습작 2012.06.11
검은 맥박 검은 맥박 잠들지 못하는 어둠 속 엎드린 귓볼 아래로 걷는 세상 뚜벅뚜벅 짙은 공기를 들추며 귀 기울여 깨어있는 것들을 바라보는 걸음 두 박자 사이에 멈춘 침묵의 소리 딸깍딸깍 얼굴 지워진 인기척이 뒤척일 때 시계 소리 끝에 걸쳐진 목마른 표정들 투둑투둑 일어서지 않으리 이 어.. 詩舍廊/~2021습작 2012.05.22
소 울음 구멍 소 울음 구멍 멀리 추위에 납작 엎드린 덕수궁이 조용하다 하늘 높은 정동에 풍경이 스며드는 밤 창문을 가린 현수막에 찍힌 낙인 몇 개 바깥을 보며 뭐라 외치고 있는 지는 알 수 없고 나가고 싶어 바깥을 보고 싶어 소 한 마리 얼굴을 디밀고 우우 운다 담배 연기 몇 줄기 서둘러 .. 詩舍廊/~2021습작 2012.02.19
덫 덫 어제는 완고하다 내딛는 발걸음 마다 묻어나는 그림자 녹슨 못이 허리에 걸렸다 사라져 버린 것들로 가득한 하루 고개는 자꾸 뒤로 젖혀지고 구겨진 이불 속에는 밤새 긁어낸 시간들이 가득하다 앞을 향해 뾰족한 화살들 그러나 미늘은 발목을 놓지 않고 뒤척이던 잔등의 상처.. 詩舍廊/~2021습작 2012.02.19
충전하는 사람 충전하는 사람 세상은 직진을 위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앞만 바라보다 멈칫 돌린 고개에 걸린 차량용 충전기 5,000원 직진의 우선 멈춤 가운데서 꼭 막힌 점심을 먹는 남자를 본다 한 방울 물도 없는 목 메인 쵸코파이 한 개 번뜩, 직진은 푸르게 켜지고 세상은 다시 이어져 달리.. 詩舍廊/~2021습작 2012.02.14
새벽길 새벽길 파랗게 언 새벽 위로 어제를 태우는 입김이 오른다 곧게 하얗게 굴뚝처럼 남쪽을 바라보며 한결같이 창백한 얼굴들 굳은 발로 기는 해는 아직도 멀고 창문을 열면 쏟아져 나가는 밤 그 아래로 미명은 맺히고 일찍 나선 이들은 길을 녹인다 눈 감고 닦았던 것은 더 깊은 바.. 詩舍廊/~2021습작 2012.02.10
거리 거리 저나 나나 피차 나이 먹어 가니 나는 내려가고 저는 올라온다 올라오는 저는 뿌듯할지 모르지만 내려가는 나는 분한 걸 저는 모르리라 아마도 이꼴 저꼴 보기 싫어 어른 들은 정신줄을 놓았는지도 모를 일 분하다가도 뿌듯한 이 좁아지는 거리 2012. 2. 1 詩舍廊/~2021습작 2012.02.01
발가락 꼼지락 발가락 꼼지락 가만히 누워 발가락을 꼼지락 거려본다 맨 먼저 엄지를 들었다 동그랗게 말아보고 나머지 네 발가락도 기지개를 펴본다 누가 저 멀리 있는 발가락들을 움직이게 했을 까 바라보고 있는 눈 뒤에 숨은 뇌의 신호를 받아 움직인다고 그럼 뇌에게는 누가 신호를 보내라.. 詩舍廊/~2021습작 2012.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