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만원 2010. 5. 18 술을 마시다 동생으로부터 술 취한 만원을 받앗다 다음 날 지갑 속에 꼬깃한 술 깬 만원 한장 빈 병같은 내 돈들 틈에 담아 둘 수 없어 따로 한 켠에 넣어 뒀다 짠한 갈증도 함께 살뜰히 접어 다시 술 취할 더 가난한 시간을 위해 가슴 한 켠에 넣어 뒀다 詩舍廊/~2021습작 2010.05.18
오래된 벽 오래된 벽 2010. 6. 21 내부를 안락을 위하여 외부는 거친 소통과 묵은 생명을 쌓아 간다 녹슨 혈관에는 멈추지 않는 들숨이 흐르고 거친 힘줄은 바닥을 끌어 올려 낡은 높이를 지탱한다 누군가의 사랑이 익고 또 누군가의 불안이 밤을 새는 내부의 안락을 위하여 셀 수 없이 많은 마른 씨앗.. 詩舍廊/~2021습작 2010.05.13
다시 능내에 다시 능내에 2010. 5. 3 날 선 배고픔을 씻으러 강으로 간다 돌아 앉아 정겨운 팔당 옛 길 마음 몰아치며 간다 뭉근한 바람이 불고 멀리서 젖은 안색의 구름이 오는가 쿨럭 쿨럭 주름 진 강물은 누런 기침을 쏟는다 한 시간이나 기다리는 비는 오지 않고 그나마 강은 거꾸로 흐른다 바늘 하나.. 詩舍廊/~2021습작 2010.05.03
늦은 교차 늦은 교차 2010. 4. 19 아직은 때가 이르지 않았다고 턱 밑에 차오른 봄에게 따지듯 항변하다 새싹이 트는 것은 계절이 덥혀 놓은 대기가 아니라 언 태양이 녹아 빛을 발하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라고 한결 짧아진 그림자가 말하는 소리를 듣는다 온도가 아니라 시간이라는 교차의 기준.. 詩舍廊/~2021습작 2010.04.19
뚜껑 뚜껑 2010. 4. 11 출출한 오후 단 맛으로 꽉 다문 딸기잼 병 뚜껑을 열어 달란다 왼 손으로 옹골차게 병을 잡고 오른 손을 한껏 비틀어 뚜껑을 제압한다 예상치 못한 죽은 딸기들의 저항 손목이 아프고야 단 것들의 완강함을 풀 수가 있다 토스트에 널부러진 잼을 바르는 아내에게 한 마디 당.. 詩舍廊/~2021습작 2010.04.12
봄 비 1 봄 비 2010. 3. 31 삼월의 마지막 날 한숨같은 비가 날린다 눈치없는 개나리들 젖은 교태에도 하늘은 그저 무뚝뚝할뿐 차라리 쏟아지던가 파르르 흩어지는 낙하 머리카락 하나 제대로 적시지 못하는 빗발이 푸욱 뿜은 담배 연기에 고개 젖혀 소스라친다 부르르 가슴 떨리는 요동 늙은 통장.. 詩舍廊/~2021습작 2010.03.31
뜬금없이.. 뜬금없이... 2010. 3. 22 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엄지 손톱만한 함박 눈이 주절주절 내린다 낼 모레가 사월인데 겨우 고개 내민 히아신스 푸른 촉은 어쩌라고 맥도 없이 내린다 유난히 철 없는 눈이 잦은 삼월 하릴없는 시간이나 채우라고 눈 요기로 북북 내리는지.. 쌓일 틈도 없이 가지미다 .. 詩舍廊/~2021습작 2010.03.22
깍두기 깍두기 2010. 3. 18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사려면 꼭 이만원에서 몇 천 원이 모자란다 그럴 땐 젤로 만만한 놈이 시집이다 튼실한 시도 몇 편 읽고 배송비 이천원도 아낄 수 있으니 시집 한 권 추가에 칠 천원 까짓 오천원 더 써도 시집이면 괘안아 굳이 도리질 하는 아! 바보여. 詩舍廊/~2021습작 2010.03.18
강남 소나타 강남 소나타 2010. 3. 16 어느 기자가 썼다. 렉서스는 강남 소나타라고 그럼 소나타는 강남의 프라이드쯤 되는 것인가 렉서스의 프라이드인가 소나타의 굴욕인가 3월의 신사동 골목엔 느닷없는 눈이 내리고 강남 소나타 조용하게 골목을 흐른다 강남 프라이드 고개도 못 든다 詩舍廊/~2021습작 2010.03.16
돼지의 무게 돼지의 무게 2010. 3. 15 하늘 덮은 코코넛 나무 그림자 아래 사내 넷 발버둥치는 돼지 한 마리 기를 쓰며 끌어 오는 모습 짧은 네 발을 땅에 박고 제 앞에 놓인 죽음을 밀어내는 돼지 그 무게는 얼마나 될까? 하늘 찢은 코코넛 나무 그림자 아래 사내 넷 축 늘어진 해탈을 끌어 오느라 오히려 .. 詩舍廊/~2021습작 2010.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