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화 2009. 9. 3 두 시간 남짓 나는 나를 잃어버린다 나는 나의 실종을 위해 스스로 돈을 내고 암전 바깥으로 끈을 대러 팝콘을 집는다 나를 잃은 나는 곧잘 슬피 운다 스크린 속 큰 얼굴들이 슬픈 나를 비웃고 마침내 페이드 인 되고서야 나는 겨우 나를 찾는다 비웃던 어둠이 사라져 수다처.. 詩舍廊/~2021습작 2009.09.03
마음의 절벽에선 마음의 절벽에선.. 2009. 8. 24 글이 막히면 책을 읽을 일이다 책도 막히면 술을 마실 일이다 술마저 뒤집히면 꾸역 잠이나 잘 일이다 잠잘 형편도 못되는가 그저 살아 있음을 뛰는 심장으로 확인이나 할 일이다 詩舍廊/~2021습작 2009.08.24
바다가 진다 바다가 진다 2009. 8. 24 변산에 앉아 하루 종일 그리움으로 바라 본 바다가 눈부시게 진다 모항 바로 옆 재잘재잘 웃음처럼 빛나던 바다가 머리 풀어 기운다 곧 돌아설 나를 위로함인가 얼굴 부비는 하늘과 바다가 환한 구름으로 진다 詩舍廊/~2021습작 2009.08.24
트래디셔널 사이보그 트래디셔널 사이보그 2009. 7. 22 오십년 혹은 백년, 오래된 사람들을 껴안던 옛 집. 기억 속 사람들은 어둠 속으로 하나 둘 떠났고, 함석 두른 처마 위 어색한 주인은 푸른 하늘 아래 초라하다 몸통을 자르고 옆구리로 거친 숨 내뱉는 환기통이 허덕이는 기와 반 폭 남겨 이고 기름기 흐르는 .. 詩舍廊/~2021습작 2009.07.22
수염 수염 2009. 3. 18 세상을 노려보는가 그대 세상 또한 그대를 노려보지만 방심하지 마라 그대 바라보지 못하는 지척에서 그대를 노리는 이가 있으니 그대 가슴으로부터 솟는 칼끝을 주의하라 詩舍廊/~2021습작 2009.03.18
경계 경계 2009. 3. 5 세상 천지에 녹슨 가시 금 그어서 눈 부라리는 꼬락서니를 공연히 찔린 하늘이 뭐라 할런지 눈금 사이 해 묵은 욕심들 부딪히고 덧 밟히는 꼬락서니를 흘깃 보고 돌아가는 파도가 뭐라 할런지 잘린 바다와 푸른 바람의 조우 그 커다란 침묵의 대화 속에 철조망 비린내 자욱.. 詩舍廊/~2021습작 2009.03.05
달력 달력 2009. 1. 28 한 걸음도 딛기 전에 새 해를 두 번 맞는다 한 번은 하이칼라로 또 한 번은 묵은 마고자 옷깃으로 한 달에 엿새 모자란 스무닷새 날짜만큼 나이는 간 듯 멈춘 듯 한 때 황금당 일력은 하루 하루가 제법 두둑했는데 한 장에 달랑 시절을 담은 낱장 인생이 모질게 가볍다 한 나.. 詩舍廊/~2021습작 2009.01.28
슬픈 날 슬픈 날 2009. 1. 15 나의 노쇠함이 나의 의지를 떠나 나를 주장하더니 내가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던 원래의 내 주장이 본의 아니게 나를 내던져 나를 문득 사막 한가운데 슬프게 방치하고야 말았다. 나는 내 사랑을 향해 나의 사랑이 여전히 변치 않았음을 외쳤지만 그들에게 내 사랑은 이.. 詩舍廊/~2021습작 2009.01.15
날 선 하루 날 선 하 루 2009. 1. 12 이 유 는 분 명 치 않 다 열 린 창 틈 발 목 을 베 는 오 한 보 다 더 모 진 입 성 날 리 고 흐 르 는 피 로 가 슴 저 미 는 날 선 하 루 詩舍廊/~2021습작 2009.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