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수레 빈 수레 2008. 12. 22 덜커덕 걸어 온 굽은 길 다리 저는 화부의 지갑에는 앞선 시간만 가득하고 동짓날 짧은 해걸음에 쫒겨 마른 바퀴 길만큼 그림자 길다 손바닥 새알 옹심이 한숨처럼 빠져나간 자리 바릿 짐은 어디로 갔는가 내려가는 길이 더 위태로워 뻗버대는 석양길 유난히 가벼워 서.. 詩舍廊/~2021습작 2008.12.22
구월 구월 2008. 9. 2 무엇을 씻으려 그대는 폭풍처럼 다가오는가 어제의 하늘은 소용돌이 치며 길가로 사라지고 옷깃 세운 바람 강변에 서성이는 구월 왜 이곳이 낯선 첫걸음처럼 여겨지는지 뒷모습 그대는 아는가 詩舍廊/~2021습작 2008.09.02
동행 동행 2008. 6. 14 먼저 당신은 내게 남은 사랑을 버리라 했습니다. 그리고 설익은 그러나 소중한 꿈을 내놓으라 했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늘 지고 나는 늘 이기는 싸움을 했지만 나는 당신의 길을 가야 했습니다. 세월을 내내 당신은 내게 친절을 청구했습니다. 당신의 피로와 상처.. 詩舍廊/~2021습작 2008.06.16
386 386 2008. 6. 9 십여년전 광화문 충무공 슬하 최루탄에 부숴지고 백골단에 쪼개지던 386의 적은 공권력 다시 십여년후 광화문 이순신 발치 촛불로 소나기 말리고 물대포로 파산하는 386의 적은 무기력 그날처럼 바람은 삼각산에서 뾰족하게 불어오지만 두려움 대신 오히려 당당한 것은 명분보.. 詩舍廊/~2021습작 2008.06.09
그 유월 그 유월 2008. 6. 2 하늘 한 가운데 먹장 드리운 유월이 왔다 가슴 두들겨 부수듯 천둥 번개 쏟으며 유월이 왔다 뱃속 울렁이던 근심으로 손사래 쳐댄 유월이 왔다 차라리 빗 발 내딛어 한 구덩이 젖으니 나은 유월 이 비 깡술 모금 대바늘로 꽂혀 유월이여 취하라 한뜸 햇살 비집고 나오면 .. 詩舍廊/~2021습작 2008.06.02
비 그친 풍경 비 그친 풍경 2008. 5. 19 뚝, 비 그친 하늘이 높고 푸름은 시름이 쏟아져버린 탓이리라 쨍, 햇빛 부숴지는 나뭇잎이 빗물 떨며 웃는 것은 담 너머 풍경을 볼 기대 탓이리라 쏴아. 느긋한 바람이 어깨 툭 치고 가는 것은 하늘을 보고 푸른 잎을 보고 으�, 깨어나 걸으란 말 다름 아니리라 詩舍廊/~2021습작 2008.05.19
파도 파도 2008. 4. 29 어제는 불덩이 같은 마음이 몰려 왔었다. 오늘은 숯덩이 같은 한숨이 몰려 갔었다. 내일은 웅덩이 같은 설움이 몰려 오려나. 글피도 더 먼 내일에도 억장같은 파도덩이들 왔다... ...갔다 하겠지 詩舍廊/~2021습작 2008.04.29
無詩 2 無詩 2 2008. 4. 21 몸이 바쁘면 생각이 멈추는가 온 세상이 연록색으로 터져나도 침침한 눈 생각은 졸고 있다 참 아름답구나 푸릇함이 듣는 것도 잠시 뻐근한 뒷목 젖힌 고개 위로 하늘이 노랗다 속도는 도무지 성장을 관찰하지 못한다 수 없이 지나는 길 어제의 기웃거림이 이미 꼿꼿해도 .. 詩舍廊/~2021습작 2008.04.21
십분 살바도르 달리 <정거장의 때 이른 석화> 십분 2008. 4. 9 "아빠는 지난 날에서 십분을 다시 쓸 수 있다면 뭘 하시고 싶어요?" 봄비 오는 밤 뜬금없는 딸의 질문이 긴 과거로 나를 내몬다 고작 십분, 살아온 날이 사십육년인데 이천사백만분을 넘게 살았는데 삶을 이백사십여만개 조각으로.. 詩舍廊/~2021습작 2008.04.09
베르나르 뷔페 베르나르 뷔페 2008. 4. 8 그의 거리엔 사람이 없다 바늘처럼 꽃이 피고 얼어붙은 새는 하얗게 운다 창백한 피에로 회벽 누런 창틀에 목매고 피곤한 새벽 빈 거리엔 정탐꾼 같은 찬 바람이 바닥에 내려 앉았다 그의 테이블엔 온기가 없다 선으로 색을 자르고 부드러운 벽엔 칼날이 박혔다 빗.. 詩舍廊/~2021습작 2008.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