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파꽃이 피어 있는 집/라빈트라나트 타고르 챔파꽃이 피어 있는 집 /라빈트라나트 타고르 내가 장난으로 챔파꽃이 되어서는 저 높은 가지에 피어 바람에 웃으며 흔들리고 새로 핀 잎 위에서 춤추고 있다면 엄만 나를 알아보실까? 엄마는 이렇게 부르실 거야 "아가야, 어디 있니?" 그럼 난 살짝 웃고는 아무 말도 안 할 ..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8.02.05
[스크랩] 우리는 낙엽처럼 [나희덕] 우리는 낙엽처럼 [나희덕] 우리는 낙엽처럼 떠돌고 있어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러나 한번도 잊은 적 없는 당신을 찾아서. 세상은 우리의 무임승차를 허락하지 않아요. 바람과 안개만이 우리를 데려다주지요. 오늘은 눈까지 내렸어요. 죽어가던 흰 말은 눈 위에서 죽어버렸고 저녁..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7.09.14
죽은 줄도 모르고/김혜순 죽은 줄도 모르고 /김혜순 죽은 줄도 모르고 황급히 일어난다 텅 빈 가슴 위에 점잖게 넥타이를 매고 메마른 머리칼에 반듯하게 기름을 바르고 구데기들이 기어나오는 내장 속에 우유를 쏟아붓고 죽은 발가죽 위에 소가죽 구두를 씌우고 묘비들이 즐비한 거리를 바람처럼 내달린..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7.05.10
< 이니스프리 호수의 섬 > 예이츠 나 이제 일어나 가려네, 가려네, 이니스프리로. 거기 싸리와 진흙으로 오막살이를 짓고 아홉 이랑 콩밭과 꿀벌통 하나 그리고 벌들이 윙윙거리는 속에서 나 혼자 살려네. 그리고 거기서 평화를 누리려네, 평화는 천천히 물방울같이 떨어지려니 어스럼 새벽부터 귀뚜랑시 우는 밤..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7.03.25
가지 않은 길 노오란 숲 속에서 길이 두 갈래로 갈렸다 한꺼번에 두 길을 갈 수 없어 안타까워 오래도록 선 채로 덤불 속으로 굽어 들어간 길이 안 보일 때까지 멀리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곧고 아름다운 남은 길로 들어섰다 풀은 무성하고 인적은 드물었는데 그래서 내 마음이 더 끌렸을 것이다..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7.02.17
[스크랩] 금서(禁書) / 오정국 금서(禁書) / 오정국 불탄 집의 잿가루에서 꺼내 온 이 문장은 번갯불의 타버린 혀이다 산 계곡의 얼음장이 갈라터지는 밤, 저수지 저쪽 기슭에서 뻗쳐오던 힘과 이쪽에서 뻗어가던 힘이 맞부딪힌 자리, 순식간에 얼음 밑바닥까지 칼금처럼 새겨지는 이 문장은 번갯불의 섬광으로 눈먼 자..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6.12.08
[스크랩] 막걸리 /함민복 막걸리 함민복 윗물이 맑은데 아랫물이 맑지 않다니 이건 아니지 이건 절대 아니라고 거꾸로 뒤집어 보기도 하며 마구 흔들어 마시는 서민의 술 막걸리 ―계간『미네르바』(2016년 여름호)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6.12.08
[스크랩]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 [김사인] 김동성 그림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 [김사인] 하느님 가령 이런 시는 다시 한번 공들여 옮겨 적는 것만으로 새로 시 한 벌 지은 셈쳐주실 수 없을까요 다리를 건너는 한 사람이 보이네 가다가 서서 잠시 먼 산을 보고 가다가 쉬며 또 그러네 얼마 후 또 한 사람이 다리를 건너네 빠른 걸..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6.11.08
[스크랩] 말의 퇴적층 / 신용목 말의 퇴적층 / 신용목 내가 뱉은 말이 바닥에 흥건했다 누구의 귀속으로도 빨려들지 못했다 무언가 지나가면 반죽처럼 갈라져 사방벽에 파문을 새겼다 누구도 내 말을 몸속에 담아가려 하지 않았다 모두가 문을 닫고 사라졌으며 아무도 다시 들지 않았다 결국 나는 빈 방에서 혼잣말을 ..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6.09.19
화엄사 중소(中沼) / 박진규 화엄사 중소(中沼) / 박진규 . . ... 갈겨니는 계속 물빛이어서 계곡이 아무리 유리알처럼 투명하여도 자신은 감쪽같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하루 종일 내려다보고 있는 늙은 상수리나무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물속을 헤집고 다니는 갈겨니 그 여리디여..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6.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