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 2210

생각

. #생각 남은 삶의 방향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있다. 늦은 나이에 낯선 일을 시작하는 건 두려운 일이다. 매일 망설이고 주저한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눈치를 본다. 지금 실패하면 돌이킬 수 없고 노년은 더 초라해질 것이다. 마음은 그래도 절반쯤 출발선에 서있다. 선택의 여지는 사실 별로 없다. 망설이는 대신 지금 바로 출발하는 것이 낫다는 누군가의 말도 떠오른다.아마 시작하게 될 것이다. 새벽에 잠이 깨어 생각했다. 대단한 성공을 기대하지 말자. 한 십 년, 열심히 즐겁게 일해서 소소하게 먹고 살고 남는 것이 있으면 나누고 살자. 뭐 이런 생각. 평생 예수를 따라다녔으나 그의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해본 것은 얼마 안됐다. 그저 관념으로만 그렇게 해야한다 생각했을뿐. 이쯤에서 그 일을 조금이라도 해야할 것..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 / 문인수

. 홍탁 홍어회는 술안주다. 어두운 마음이 검은 발자국처럼 납작 숨죽여 비닥인 놈, 씹는 중이다. 잘 삭힌 독(毒), 아니, 살짝 썩힌 생(生)이다. 그리움은 절대로 눈앞에 다가오지 않고, 오지 않는 것만이 그리움이어서, 오래 기다리는 마음은 망하고 상해서 역하다. 한방 되게 쏘는 일침, 가책이 있다. 퇴폐 또한 맛이다. -문인수. . 창비시선. 2015. ----------------------------------------- 고등학교 문예부인 계단문학동인회 대선배님이신 문인수시인. 오래 전에 미당문학상 수상하실 때 뵙고 또 계단문집 출판기념식 때 뵙곤 통 뵙질 못했다. 들은 소식으로는 편찮으시다 한다. 걱정이다. 문선배님의 시는 소소하고 시시한 곳에 늘 눈길이 닿아있다. 죽도시장 어물전의 어수선이나..

윤희에게 /임대형감독

. 일본영화 같은 한국영화 잔잔한 일본 영화를 따라 가다 만났다. 눈이 엄청 오는 오타루. 그리고 조용한 김희애. 큰 소리로 말하는 사람이 싫다. 사람이 붐비는 곳이 싫다. 낮보다 밤이 좋다. 조용하게 외롭고 싶으면 오타루로.. 김희애와 많이 닮은 나카무라 유코 윤희와 닮은 쥰 카타세. 그 두 여자의 사랑 그리고 '錄의 森' 이라는 이름의 병원. 삶이라는 지독한 여행. 외로움이라는 동반자. 시간이라는 도무지 무찌를 수 없는 적. 이루지 못한 걸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것. 그게 사람이고 그게 인생이라고 말하는 영화 눈은 언제 그치려나?

나무

. #나무 #메타세콰이어를 보는 일은 늘 상쾌하다. 일렬로 장대하게 늘어선 숲이나 가로를 볼 때도 좋지만 오늘처럼 어느 동네 어귀 어린이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호위하듯 서있는 한 그루를 보는 일도 즐겁다. 겨우 무릎께에 얼쩡대는 단풍나무를 지나 하늘로 치솟은 메타세콰이어. 높이를 버티기 위해 밑동의 몸피는 한껏 부풀어 밀려난 껍질이 새의 깃털처럼 덮혔다. 조금 전에 읽은 메리올리버의 글처럼, 나무는 오늘도 이 자리에 서서 가지를 하늘로 뻗고 살아 있음을 감사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곁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슬쩍 미소짓기도 할 것이며 혹시라도 이 키 작은 남자가 재잘거리고 노는 아이들을 해치지는 않을까 걱정을 할지도 모른다. 하늘이 잔뜩 흐리니 곧 비가 오겠군. 미리 물관을 열어 목마른 우듬지들에게 ..

고백 / 안도현

. 그런 책이 있다. 펼쳤는데 너무 빨리 읽어버릴 것 같은 걱정이 되는, 그래서 조금 읽다 덮어두고 다른 책을 읽는, 그러면서도 마저 읽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책이 있다. 내 손에 도착한지 사흘, 절반 넘게 읽었다는 사실이 아까운 책. 그냥 후다닥 읽고 다시 천천히 읽을까 생각하면서 옆에 두는 책. 그런 사람이 써서 그런가? #고백 #안도현 #모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