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 / 문인수
. 홍탁 홍어회는 술안주다. 어두운 마음이 검은 발자국처럼 납작 숨죽여 비닥인 놈, 씹는 중이다. 잘 삭힌 독(毒), 아니, 살짝 썩힌 생(生)이다. 그리움은 절대로 눈앞에 다가오지 않고, 오지 않는 것만이 그리움이어서, 오래 기다리는 마음은 망하고 상해서 역하다. 한방 되게 쏘는 일침, 가책이 있다. 퇴폐 또한 맛이다. -문인수. . 창비시선. 2015. ----------------------------------------- 고등학교 문예부인 계단문학동인회 대선배님이신 문인수시인. 오래 전에 미당문학상 수상하실 때 뵙고 또 계단문집 출판기념식 때 뵙곤 통 뵙질 못했다. 들은 소식으로는 편찮으시다 한다. 걱정이다. 문선배님의 시는 소소하고 시시한 곳에 늘 눈길이 닿아있다. 죽도시장 어물전의 어수선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