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기 전에 쓰는 글들 많은 경우, 이미 죽은 사람들의 글을 읽는다. 죽음은 오래 전에 떠나 책에는 그림자도 없다. 그저 잘 살아 있었을 때의 뜨겁거나 미지근한 가슴이 적혀 있을뿐. 우리는 그의 흔적을 읽고 느끼거나 놀라거나 가슴을 쓸어내린다. 여기, 죽어가고 있다는 소문 속에서 죽어간 사람이 죽어가면서 쓴 글이 있다. 읽는 나는 아직 식지 않은 그 소문의 안타까움과 함께 이제는 죽은 그의 글들을 읽는다. 시시껄렁하게 살고싶다 했던 그는 시시껄렁하게 죽어가진 못했다. 소문 때문이다. 죽은 허수경의 아직 산 목소리는 내용과 관계없이 우울하다. 220403 쓴다는 일과 생각한다는 일의 先後를 생각하게 된다. 종일 뭔가를 쓴 시인. 종일 뭔가를 생각해서일까? 종일 뭔가를 쓰느라 생각을 한 것일까? 어느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