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 2210

공정하지 않다

. 90년대생. 요즘말로 이대남,이대녀들. 우리집 딸들 바로 다음 세대들. 부모보다 못 사는 최초의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그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다소 이해가 된다. 그리고 무책임 했던 586의 한 사람으로 반성한다. 그리고 이 꽉 막힌, 586 엘리트들이 지들끼리 잘 사느라 힘든 586을 방치한 결과 해결하지 못한 불평등, 불공정의 세상을 바로 잡을 가능성이 그들에게 있다는 희망도 본다. 이해를 넘어 응원이 필요하다. 일독을 강력히 권한다.

기러기 - 메리올리버

. 월든에 가기 고속도로로 가면 아주 멀진 않아. 그곳의 거친 소나무들과 돌들, 맑은 물을 보고 해 지기 전에 돌아올 수 있을거야. 친구들은 그러면 내가 더 현명해질 거라고 말하지. 그들은 머나먼 양키의 속삭임을 듣지 않아: 여기저기 바삐 뛰어다니다 보면 우리는 얼마나 둔해지는가! 많은 사람들이 떠났고, 시원한 시골에서의 하루를 그리워만 하는 나를 바보 같다고 생각하지.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내가 소중히 여기는 책에서 월든에 가는 건 단순한 초록나들이처럼 간단한 일은 아니지. 그건 느리고 힘든 삶의 비결이고, 자신이 있는 곳에서 월든을 발견하는 것이지. --------------------------------------------------- 소로우와 메리 올리버 사이에 있는 월든. 메리 올리버와 소..

풀리는 한강가에서 / 서정주

. 풀리는 한강가에서 . . 강물이 풀리다니 강물은 무엇하러 또 풀리는가 우리들의 무슨 설움 무슨 기쁨 때문에 강물은 또 풀리는가 기러기같이 서리 묻은 섣달의 기러기같이 하늘의 얼음장 가슴으로 깨치며 내 한평생을 울고 가려 했더니 무어라 강물은 다시 풀리어 이 햇빛 이 물결을 내게 주는가 저 밈둘레나 쑥니풀 같은 것들 또 한번 고개 숙여 보라 함인가 황토 언덕 꽃상여 떼과부의 무리들 여기 서서 또 한번 더 바라보라 함인가 강물이 풀리다니 강물은 무엇하러 또 풀리는가 우리들의 무슨 설움 무슨 기쁨 때문에 강물은 또 풀리는가 - 서정주 --------------------------------------- 서른 좀 지났을 무렵 미당은 나와 한 동네에 살았다. 미당이 있어 예술인마을이었을까? 노인은 수협 다니..

주기율표

. #주기율표 큰 애가 도서관에서 빌려준 #프레모레비의 주기율표. 어제부터 몸이 좀 아파 드러누워 있지만 빌려온 책은 늘 먼저 읽어야 하는 법. 화학자가 쓴 베스트셀러. 회고록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하다. 중고등학교 때 물리와 더불어 그렇게도 어렵고 싫었던 화학. 난감했던 주기율표. 21 가지 원소와 프레모레비 삶의 대위법. 만약 어릴 적에 읽었으면 지금 이과출신이 됐을 수도.. ㅎㅎ 사람의 생각은 전공과는 별개로 깊어질 수 있구나.

적막소리 / 문인수

. 가방 . . 빈집 바람벽에 빈 가방 하나 시꺼멓게 걸렸다. 한쪽 손잡이 끈만 저물녘 대못질의 벼랑끝에 매달렸다. 잔뜩 벌어진 지퍼. 고성방가다. 바닥난 거다. 이 환장. 말도 못하게 무거운 거다. 깜깜한 앞날, 절망은 걸핏하면 만만한 게 절망이다. 그 입, 다물라, 다물라. 또 한바탕 윽박질러놓고 떠났다. 가야 오는 봄! 산중 곰팡내를 핥아내는 혀, 진달래 능선 길다. -문인수 2012 ----------------------------------- 반 고흐의 유명한 장화 그림을 보셨는지. 한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긴 표정. 어느 집 벽에 걸린 낡은 가방에도 절망의 역사는 있게 마련이지만 시인의 눈에는 왜 유난한 비명이 들렸을까? 세상 여기저기에 제 자리인 듯 아닌 듯 자리 한 사물들. 의자, 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