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소리 / 문인수
. 가방 . . 빈집 바람벽에 빈 가방 하나 시꺼멓게 걸렸다. 한쪽 손잡이 끈만 저물녘 대못질의 벼랑끝에 매달렸다. 잔뜩 벌어진 지퍼. 고성방가다. 바닥난 거다. 이 환장. 말도 못하게 무거운 거다. 깜깜한 앞날, 절망은 걸핏하면 만만한 게 절망이다. 그 입, 다물라, 다물라. 또 한바탕 윽박질러놓고 떠났다. 가야 오는 봄! 산중 곰팡내를 핥아내는 혀, 진달래 능선 길다. -문인수 2012 ----------------------------------- 반 고흐의 유명한 장화 그림을 보셨는지. 한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긴 표정. 어느 집 벽에 걸린 낡은 가방에도 절망의 역사는 있게 마련이지만 시인의 눈에는 왜 유난한 비명이 들렸을까? 세상 여기저기에 제 자리인 듯 아닌 듯 자리 한 사물들. 의자, 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