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김신용의 시 / 김영현 김신용의 시 / 김영현 나는 아직 그 누구에게도 경의를 표했거나 경의를 표할 마음도 없지만 이 짝눈의 늙은 시인에겐 귀싸대기 한 대쯤 기꺼이 맡겨도 좋으련. 비장과 고통의 극치에서 터져나오는 그의 불꽃같이 현란한 은유 앞에, 양동 지게꾼 출신인 그의 무거운 등짝에 실려 여러가지..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5.01.20
[스크랩] 너그러움에 대하여 / 김영현 너그러움에 대하여 / 김영현 너그러움이란 나이 먹는대로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요즘은 작은 일에 나도 모르게 자주 벌컥벌컥 화를 잘 부리곤 한다. 오늘 아침에도 아내랑 사소한 일로 다투었다. 홈쇼핑에서 산 대머리 치료제 때문이었다. 왼종일 그 일로 마음이 찜찜하였다. 不惑..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5.01.20
-침묵/김명인- -침묵/김명인- 긴 골목길이 어스름 속으로 강물처럼 흘러가는 저녁을 지켜본다 그 착란 속으로 오랫동안 배를 저어 물살의 중심으로 나아갔지만 강물은 금세 흐름을 바꾸어 스스로의 길을 지우고 어느덧 나는 내 소용돌이 안쪽으로 떠밀려 와 있다 그러고 보니 낮에는 언덕 위 아카시아 ..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5.01.13
-사곶 해안/박정대- -사곶 해안/박정대- 고독이 이렇게 부드럽고 견고할 수 있다니 이곳은 마치 바다의 문지방 같다 주름진 치마를 펄럭이며 떠나간 여자를 기다리던 내 고독의 문턱 아무리 걸어도 닿을 수 없었던 生의 밑바닥 그곳에서 橫行하던 밀물과 썰물의 시간들 내가 안으로, 안으로만 삼키던 울음을 ..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5.01.08
-묵티나트*/한석호- -묵티나트*/한석호- 말을 하러 와서 말은 하지 못하고 마음만 얼음의 변방에 내려놓습니다. 바람과 태양만이 황막한 호흡을 더듬어가는 이곳에서 나는 만트라를 외며 물끄러미 세상 밖으로 비켜서 있어야합니다. 시간조차 읽히지 않는 이곳에서 언어들은 모래바람처럼 산산이 흩어져 증..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4.12.30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 신경림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 신경림 질척이는 골목의 비린내만이 아니다 너절한 욕지거리와 싸움질만이 아니다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이 깊은 가난만이 아니다 좀체 걷히지 않는 어둠만이 아니다 팔월이 오면 우리는 들떠오지만 삐꺽이는 사무실 의자에 앉아 아니면 소줏집 ..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4.12.23
[스크랩] 걸인 / 정호승 걸인 / 정호승 성철 스님 돌아가신 날 인산인해를 이루며 해인사 올라가는 길에 폐타이어를 양쪽 다리에 친친 감고 플라스틱 바구니를 앞에 놓고 엎드려 구걸하는 한 사내를 만났습니다 나는 급히 지나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오늘 돈 좀 벌었느냐고 넌지시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그가 큰..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4.12.23
ㅅ / 김현 ㅅ ―김현(1980∼) 말하렴 너에게 마지막 밤이 추적추적 내려올 때 너에게는 이야기가 있고 너는 이야기를 눈처럼 무너뜨리거나 너는 이야기를 비처럼 세울 수 있다 그 질서 있는 밤에 너에게 안개 또한 펄펄 내려올 때 들어보렴 맨 처음 네가 간직했던 기도를 너의 공포를 너의 공허를 너..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4.12.23
-오래된 정원/장석남- -오래된 정원/장석남- 나는 오래 된 정원 하나를 가지고 있지 삶을 상처라고 가르치는 정원은 밤낮 없이 빛으로 낭자했어 더 이상은 아물지도 않았지 시간을 발밑에 묻고 있는 꽃나무와 이마 환하고 그림자 긴 바위돌의 인사를 보며 나는 그 곳으로 들어서곤 했지 무성한 빗방울 지나갈 ..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4.12.12
국화꽃 그늘을 빌려 / 장석남 국화꽃 그늘을 빌려 / 장석남 국화꽃 그늘을 빌려 살다 갔구나 가을은 젖은 눈으로 며칠을 살다가 갔구나 국화꽃 무늬로 언 첫 살얼음 또한 그러한 삶들 있거늘 눈썹달이거나 혹은 그 뒤에 숨긴 내 어여쁜 애인들이거나 모든 너나 나나의 마음 그늘을 빌려서 잠시 살다가 가는 것들 있거..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4.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