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 / 김기택 구직 / 김기택 여러 번 잘리는 동안 새 일자리를 알아보다 셀 수 없이 떨어지는 동안 이력서와 면접과 눈치로 나이를 먹는 동안 얼굴은 굴욕으로 단단해졌으니 나 이제 지하철에라도 나가 푼돈 좀 거둬보겠네 카세트 찬송가 앞세운 선글라스로 눈을 가리지 않아도 잘린 다리를 고..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1.12.29
<접시꽃> 김정욱 교대역 지하철 역사 안에 붙은 동시 한 편 돌담길 지나는 사람들 얼굴은 잘 몰라도 햇살 한 그릇씩 꼭꼭 먹여 보낸다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인가?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1.12.22
散文詩 1 / 신동엽 散文詩 1 / 신동엽 스칸디나비아라든다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 묻은 책 하이덱거 럿셀 헤밍웨이 莊..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1.12.15
아빠 / 실비아 플라스 아 빠 실비아 플라스(1932~1963) 이젠 안돼요, 더 이상은 안될 거예요. 검은 구두 전 그걸 삼십 년간이나 발처럼 신고 다녔어요. 초라하고 창백한 얼굴로. 감히 숨 한 번 쉬지도 재채기조차 못하며. 아빠, 전 아빠를 죽여야만 했었습니다. 그래볼 새도 없이 돌아가셨기 때문에요- 대리..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1.11.29
사물들에게 바치는 송가 頌歌 / 파블로 네루다 사물들에게 바치는 송가 頌歌 파블로 네루다 모든 사물들을 나는 사랑한다 그것들이 정열적이거나 달콤한 향내가 나기 때문이 아니다 모르긴 해도 이 대양은 당신의 것이며 또한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단추들과 바퀴들과 조그마한 잊혀진 보물들. 부챗살 위에 달린 깃털 사랑은 ..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1.11.18
[스크랩] ?노숙 / 김사인 노숙 / 김사인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니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1.08.31
[스크랩] ?새한테 욕먹다 / 고진하 새한테 욕먹다 외 / 고진하 산호수나무 꼭대기에서 우짖는 저 쬐고만 새 시발시발시발...... 누굴 욕하는 것 같다. 짝짖기 철이라 저리 운다는데 짝 찾는 소리치곤 참 고약타. 이젠 욕계를 더난 고모부한데 평생 욕바가지로 살던 풍물시장 야채장수 고모 생각도 나지만 저 맑은 욕 먹지 않고 어찌 세상이..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1.08.31
<죽은 목각 인형의 방문> 윤성근 죽은 목각인형의 방문 / 윤성근 1 저물녘, 와이샤스 한 장을 빨아 널어놓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나는 기다렸다. 황혼이 바다 하나를 적시면서부터 더 확고한 어둠에 몸이 갇히기 직전 삐거덕 삐거덕 작은 바퀴 움직이는, 걸어놓은 흰 샤스 위에 붉은 나비들이 날아앉고 있다. 점차 너무 오래된 옷자..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1.07.15
유월 / 유홍준 <빌린 사진> 유월 / 유홍준 차가운 냉정 못에 붕어 잡으러 갈까 자귀나무 그늘에 낚싯대 드리우고 앉아 멍한 생각 하러 갈까 손톹 밑이나 파러 갈까 바늘 끝에 끼우는 지렁이 고소한 냄새나 맡으러 갈까 여러 마리는 말고 두어 마리 붕어를 잡아 매끄러운 비늘이나 만지러 갈까 그러다가 문득 서럽..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1.06.08
반성 16 / 김영승 반성 16 / 김영승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 마시지 말자 고 써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1.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