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강가에서> 강가에서 / 김수영 저이는 나보다 여유가 있다 저이는 나보다도 가난하게 보이는데 저이는 우리집을 찾아와서 산보를 청한다 강가에 가서 돌아갈 차비만 남겨놓고 술을 사준다 아니 돌아갈 차비까지 다 마셨나 보다 식구가 나보다도 일곱 식구나 많다는데 일요일이면 빼지 않고 강으로 투망을 하러 ..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0.09.28
단재 신채호 유작시 <빌려온 사진> 열 해를 갈고 나니 칼날은 푸르다마는 쓸 곳을 모르겠다 춥다 한들 봄추위니 그 추위가 며칠이랴 자지않고 생각하면 긴 밤만 더 기니라 푸른 날이 쓸 데 없으니 칼아 나는 너를 위해 우노라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0.09.15
冬麥 / 김수영 <빌려 온 사진> 동맥(冬麥) / 김수영 내 몸은 아파서 태양에 비틀거린다 내 몸은 아파서 태양에 비틀거린다 믿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믿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광선의 미립자와 분말이 너무도 시들하다 (압박해 주고 싶다) 뒤집어진 세상의 저쪽에서는 나는 비틀거리지도 않고 타락도 안했으리라 ..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0.09.10
공중 / 송재학 공중 / 송재학 허공이라 생각했다 색이 없다고 믿었다 빈 곳에서 온 곤줄 박이 한 마리 창가에 와서 앉았다 할딱거리고 있다 비 젖어 바 들바들 떨고 있다 내 손바닥에 오려놓으니 허공이란 가끔 연 약하구나 회색 깃털과 더불어 뒷목과 배는 갈색이다 검은 부 리와 흰 뺨의 영혼이다 공중에서 묻혀온, ..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0.09.01
[스크랩] 지구의 눈물/배한봉 지구의 눈물/배한봉 둥근 것들은 눈물이 많다, 눈물왕국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칼로 수박을 쪼개다 수박의 눈물을 만난다 어제는 혀에 닿는 과육 맛에만 취해 수밀도를 먹으면서 몰랐지 사과 배 포도알까지 둥근 몸은 모두 달고 깊은 눈물왕국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걸 나는 눈물왕국을 사랑하는 사람..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0.08.29
[스크랩] 토요일 오후/오탁번 토요일 오후/오탁번 토요일 오후 학교에서 돌아온 딸과 함께 베란다의 행운목을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일 세상사람 저마다 눈을 뜨고 아주 바쁘고 부산스럽게 몸치장 예쁘게 하네 하루일 하루공부 다 끝내고 중고생 관람가 못된 장면은 가위질한 그저 알맞게 재미난 영화 팝콘이나 먹으며 구경하러 가..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0.08.29
[스크랩] 나는 바퀴를 보면 안 굴리고 싶어진다/김기택 나는 바퀴를 보면 안 굴리고 싶어진다/김기택 하루 종일 내가 한 일은 바퀴 굴린 일 할 일 없는 무거운 엉덩이를 올려놓고 무늬가 다 닳도록 바퀴나 굴린 일 미안하다 무슨 대단한 일이나 있는 줄 알고 시키는 대로 좆 빠지게 돈 바퀴들에게 뜨겁고 빵빵한 바퀴 속에서 터지지도 못하고 무작정 돈 둥근 ..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0.08.20
H.D 소로우의 詩.. 그대의 삶이 아무리 남루하다 해도 그것을 똑바로 맞이해서 살아가라. 그것을 피하거나 욕하지 말라. 부족한 것을 피하거나 욕하지 말라. 부족한 것을 들추는 이는 천국에서도 그것을 들춰낸다. 가난하더라도 그대의 생활을 사랑하라. 그렇게 하면 가난한 집에서도 즐겁고 마음 설레는 빛나는 시간을 ..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0.08.08
수선화에게 / 정호승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0.07.20
길 / 박영근 길 / 박영근 장지문 앞 댓돌 위에서 먹고무신 한 켤레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동지도 지났는데 시커먼 그을음뿐 흙부뚜막엔 불 땐 흔적 한 점 없고 이제 가마솥에서는 물이 끓지 않는다 뒷산을 지키던 누렁개도 나뭇짐을 타고 피어나던 나팔꽃도 없다 산그림자는 자꾸만 내려와 어두운 곳으로 잔설..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0.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