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 김용택
. . 뜬구름 구름처럼 심심하게 하루가 또 간다 아득하다 이따금 바람이 풀잎들을 건들고 지나가지만 그냥 바람이다 유리창에 턱을 괴고 앉아 밖을 본다. 산, 구름, 하늘, 호수, 나무 운동장 끝에서 창우와 다희가 이마를 마주대고 흙장난을 하고 있다 호수에 물이 저렇게 가득한데 세상에, 세상이 이렇게 무의미하다니. -김용택 . 2002. 창비시선 214 ------------------------------------------- 이 무렵 시인은 섬진강댐 근처 분교에서 아이들 몇을 가르치고 있었나보다. 서울에 가족을 두고 혼자, 아니 늙은 어머니랑 살았나보다. 이미 오래 詩를 써왔을 텐데 어쩌면 슬럼프였는지 모르겠다. 詩들은 심드렁하다. 섬진강과 아이들, 산그림자, 미루나무는 변함없지만 시인은 기운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