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령 추풍령 새재를 넘거나 죽령을 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소 험하고 어쩌면 에두르기 때문에 그 길은 오래전부터 메인스트림이 아니다 그러므로 고개를 뚫은 시체들이 담보하는 추풍령을 넘는 걸로 하자 분명히 너희는 나더러 미친 놈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차마 너희를 미친 놈들이라 부.. 詩舍廊/~2021습작 2020.04.11
곁에 내가 왔다 곁에 내가 왔다 봄날 점심 먹고 낡은 평상에 앉았다 은행이 막 눈을 뜨고 벚꽃잎 어디선가 날아 내린다 담배 한 모금 서쪽으로 사라지는데 곁에 누군가 앉는다 파르스름한 젊은이 어찌 그리 늙었소? 입 닫고 묻는 낮 익은 얼굴 오래전 봄날 서소문 공원에서 꽃비 맞으며 세월 참 더럽게 안.. 詩舍廊/~2021습작 2020.04.11
그는 불쏘시개가 아니라네 그는 불쏘시개가 아니라네 밥 해먹자고 아궁이 불 지피는데 도무지 불이 붙질 않네 부지깽이 끝에만 불이 매달리네 그놈 고이 달래 귀 막고 눈 막고 달래 어렵게 불 붙였네 밥은 겨우 끓고 부지깽이는 한켠으로 치웠네 나중에 다 탄 재들 치울 때 다시 쓸 요량이네 부지깽이는 불쏘시개가.. 詩舍廊/~2021습작 2020.04.09
계단 계단 삼 층 사무실 하루에 서너번 오르내린다 어제는 내려오다가 오늘은 올라가다가 흠칫 발목이 멎었다 계단 중간에 서서 생각한다 계단은 높이 높이에서 느닷없이 멈추면 떨어질 수 있다 어느날 조금 더 느닷없이 발목이 굳는 날이면 한 시대는 떨어지겠지 나무 계단 이 층과 삼 층 사.. 詩舍廊/~2021습작 2020.04.09
休 休 늘 그렇듯 쉬는 날은 늦잠에서 깨어 커피 한 잔 석 달째 다시 읽는 道德經 한 장 하루는 꽃 속에 겹겹이 남았고 가까운 바다나 보고 올까 귀찮아 하는 친구를 또 부를까 그냥 침대를 지킬까 의미 없는 궁리 편한 강아지는 옆에서 코 골고 일단 詩나 몇 편 보고 마음 가는 데로 하자 어찌.. 詩舍廊/~2021습작 2020.04.09
검은 안개 검은 안개 삐걱이는 침대를 타고 항해는 언제나처럼 오세아니아를 향한다. 모로 누워 천천히. 대부분 욕지도 근처를 지날 무렵 표류한다. 깨어보면 母港에 묶인 채로 발견되지만. 어제는 순천쪽으로 흘렀다. 낮은 바다 위로 둥그런 갈대숲이 덩그러니 떠있었다. 침대는 뻘에 걸려 비틀거.. 詩舍廊/~2021습작 2020.03.05
그때 딸에게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그때 딸에게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딸이(둘 중 누구인지는 모른다.) 십여년 전에 읽은 것으로 보이는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을 읽는다.(나는 이 유명하다는 者의 책을 처음 읽는다.) 사랑에 관해 런던의 광고대행사에 다니는(나도 광고대행사를 오래 다녔고 광고주를 컨트롤한다는 주인공은 .. 詩舍廊/~2021습작 2020.03.03
설날 설날 일주일 뒤가 설날이다 매년 어머니가 집에 오셨는데 낙상 뒤 운신이 어려워 올해는 우리가 가야한다 어머니가 집에 오실 때는 어머니와 강아지의 무게를 생각하지 못했는데 어머니가 못오시고 우리가 가야하니 어머니와 강아지의 무게를 생각하게 된다 온 식구가 다 어머니집에 가.. 詩舍廊/~2021습작 2020.01.18
감포 감포 두 개의 등대 모두 불 밝혀 이제는 너무 빛나는 그 곳에 마음 따위만 보낼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오래 전에 너는 떠났지만 겹으로 어긋난 방파제 건너편 쪼그리고 앉았던 갈매기 한 마리 숙인 고개는 지울 수 없다 파도소리 들이치던 골목 입구 여인숙 욕지기 들이키던 대포집도 불빛.. 詩舍廊/~2021습작 2020.01.15
정릉 4동 사거리 정릉 4동 사거리 어쩌다 차를 타고 시내에서 삼양동쪽으로 가노라면 삼각산 지나고 국민대 지나 북한산 자락 어설픈 굽은 길을 지나야 한다 본 적은 없지만 왼쪽으로 정릉천이 흐른다는 보국문로를 어둑하게 거슬러 오르면 갑자기 환한 세상이 나온다 부처님 광배같은 언덕 놀라 둘러보.. 詩舍廊/~2021습작 2020.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