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팡 애니팡 이비인후과에서 비인후를 파는 아내를 기다린다. 날이 추워 차는 혼자 부르르 떨고 침침한 눈으로 어둠속에서 년전에 죽은 선배의 시를 읽는다. 죽어 가는 이야기들은 가슴 아프지만 감동적이지 못 하다. 그것을 시라고 할수 있을까? 죽어가는 자의 분노는 또다른 분노를 낳을뿐.. 詩舍廊/~2021습작 2013.01.03
어둠이 젖으면 어둠이 젖으면 어스름 무렵 태평로엔 노란 바람이 쏟아진다 해는 차갑게 지워졌지만 어두워지지 못한다 하루는 더러 나부끼고 우우 몰려 가기도 하고, 조급한 발자국을 툭 치고 바퀴 뒤를 재빨리 돌아 서소문쪽으로 사라지는 무리도 있다 방향이 휩쓸려간 거리는 빨간 꽁무니로 채워지.. 詩舍廊/~2021습작 2012.11.11
그해 가을 그 해 가을 모든 것을 가리고 흐르는 안개의 아침이어서 좋았다 깨어나지 않는 많은 것들을 묻고 낮게 기는 얼굴들 속에서 희미하게 웃는 너의 모습 가늘게 젖는 눈가가 좋았다 안개 낀 날은 맑다 했지 바람에 실린 서늘한 햇살의 무게로 노랗게 저무는 어린 나무들 그 화사한 몰락이 좋.. 詩舍廊/~2021습작 2012.11.09
셋 넷 그리고 하나 셋 넷 그리고 하나 셋 게으르고 서러운 셋 만오천원씩 걷어 코다리 조금 콩나물 많이 넣은 매운 찜에 소주를 마신다 가난은 깊어 매운 맛도 흐리고 어깨 두드리다 독설을 퍼붓고 바싹바싹 취해간다 넷 배부르고 느긋한 넷 누가 낼 지 관심없이 뜨악한 도미회를 깔짝대며 폭탄주를 마신다 .. 詩舍廊/~2021습작 2012.10.25
가을로 출근하는 일 가을로 출근하는 일 내 앞 열시 방향 노인들의 주름 겨운 수다 그것도 남자 둘의 긴 계단을 올라 집 비울 준비를 하는 나무와 노랗게 짐 싸는 나뭇잎을 보느니 맞춤하게 도착한 버스 오래된 정현종의 시집을 덮고 잠 덜 깬 하늘 무표정을 본다 아침이 쌓여 노인들은 차곡차곡 늙고 나무들 .. 詩舍廊/~2021습작 2012.10.24
직사각형 바다 직사각형 바다 어두워지면 바다에 직각으로 눕는다 참 오래된 호사 혼자서 닻을 올리고 오늘은 어디로 흐르는가 눈을 감을수록 시선의 끝은 깊어지고 빛 하나 사라지기까지 아득한 시간 가볍게 일렁이다 천천히 또는 급격히 가라앉는 낯선 이 여긴 어디쯤일까 수평선도 지워지고 방향도.. 詩舍廊/~2021습작 2012.10.15
어둠은 어디에서 오는가 어둠은 어디에서 오는가 구층 높이에서 밤의 깊은 걸음을 살핀다 천천히 맑아지는 침묵의 뒤에서 고양이 한 마리 기척에 놀라 골목으로 어두워지고 긴장한 보안등 위에 웅크린 지붕의 숨소리 모두들 납작하게 하늘을 이고 누웠다. 잠든 것들을 덮고 눈뜸을 경계하는 듯 검게 반짝인다. .. 詩舍廊/~2021습작 2012.09.09
祭儀 祭儀 동쪽 하늘이 붉게 일어날 때 창을 열면 훅 몰려드는 새벽 혼 맞이 불을 밝힌다 목덜미엔 밤새 쌓인 이야기가 두텁고 눈가엔 기억도 못하는 슬픔이 맺혔다 먼 곳을 바라보며 재촉하는 불씨 서둘러 연기는 말려 올라가고 툭 떨어지는 일배의 흔적 아득하다 고개는 꼿꼿이 의식은 다 타.. 詩舍廊/~2021습작 2012.08.27
유산 유산 1933년에 태어난 아버지는 1983년 오늘 쉰 하나의 나이로 돌아가셨다 1962년 태어난 나는 2012년 오늘 쉰 하나의 나이로 아직 살아있다 30년 세월이 흘러 이젠 뼈밖에 남지 않았을 아버지에게 돈을 빌렸다 찾아가본 지도 어느듯 수삼년 앙상한 아버지는 직접 올린 슬라브 지붕 위에서 또.. 詩舍廊/~2021습작 2012.08.23
熱夏日記 熱夏日記 뜨겁지 않음이 별로 없었으나 중심보다는 주위가 더 뜨거웠다 위보다는 아래로, 오른쪽 보다는 왼쪽으로 뜬금없는 부상의 병동으로만 쏠린 혈기 잔열들 치우느라 보낸 밤 셀 수가 없다 팔월 요 한 순 고개 삐딱하던 심장은 터졌다 수은은 빨갛게 피와 삼투압을 맞추어도 화산은.. 詩舍廊/~2021습작 2012.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