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 2210

강아지풀 /박용래

. . 下棺 볏가리 하나하나 걷힌 논두렁 남은 발자국에 뒹구는 우렁껍질 수레바퀴로 끼는 살얼음 바닥에 지는 햇무리의 下棺 線上에서 운다 첫 기러기떼 ---------------------------- 김종철선생의 책을 읽다 책 속에서 호명된 박용래시인의 시집을 중고로 급히 구했다. 잠깐 사이에 다 읽었다. 詩는 모두 짧다. 행도, 연도. 최대한 절제된 시어. 박용래 詩의 전형이라 한다. 평생 100여편의 시밖에 세상에 내놓지 않은 건 아직 더 짧게 만들지 못했던 탓인 지도 모른다. 같은 날 독일 시인 라이너 쿤체의 시집도 다시 읽기를 마쳤다. 삼십 분 간격으로. 만만찮게 짧은 詩를 쓰는 시인이다. 하지만 맑고 깊다. 두 시인의 짧은 詩는 모두 맑은 울림이다. 말을 줄이고 침묵을 늘리라는 명령이 최근 자주..

詩 / 이창동

. 영화 보기의 괴로움에 도전했다. 고통을 보여주는 장면들을 견디고 본다. 온전히 감당하진 못하고 슬쩍슬쩍 피해가며. 흘러간 사람들의 낡은 모습들. 영화 속에서 알츠하이머에 걸렸다 지금은 실재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윤정희, 망가진 모습 그대로 출연한 김희라.. 지금은 도지사가 된 최문순씨. 김용택시인, 황병승시인.. 이창동선배는 이 고통의 영상을 통해 詩의 무엇을 말할까? 詩가 영혼이 쓰는 것이라면 인생에 오직 한 편 모든 고통의 끝에서 남기는 유언 같은 건 아닐까? 詩 함부로 말하지 마라. 詩는 마지막 위로 같은 것이다. 오직 나를 위로하는 詩가 어쩌다 너를 위로할 뿐 결국은 詩를 위로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