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 안도현
. . 시인은 이제 예순, 예천에 자리 잡았다 하더군. 아직도 그리 외로워 보이진 않더군. --------------------------------------------- 마흔 살 내가 그동안 이 세사에 한 일이 있다면 소낙비같이 허둥대며 뛰어다닌 일 그리하여 세상의 바짓가랑이에 흙탕물 튀게 한 일 씨발, 세상의 입에서 욕 튀어나오게 한 일 쓰레기 봉투로도 써먹지 못하고 물 한 동이 퍼 담을 수 없는 몸, 그 무게 불린 일 병산서원 만대루 마룻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와이셔츠 단추 다섯 개를 풀자, 곧바로 반성된다 때때로 울컥, 가슴을 치미는 것 때문에 흐르는 강물 위에 돌을 던지던 시절은 갔다 시절은 갔다, 라고 쓸 때 그때가 바야흐르 마흔 살이다 바람이 겨드랑이 털을 가지고 놀게 내버려두고 꾸역꾸역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