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말 훌륭한 책이 있다. 저자는 이미 죽었고, 책만 남았다. 어떤 경우 사람이 남은 것보다 책이 남아있음이 더 소중할 수도 있다. 많은 고전이 그렇다. 생각이 언어에 실려 시간 앞에 놓여진다는 것이 책의 미덕이다. 저자는 독일인이다. 독일어는 어렵다. 관념에 관한 한 특히 더 어렵다. 최고의 수요자가 최고의 상품을 창조한다. 이 책을 읽으며 감사했다. 배수아라는 안목있는 수요자가 독일인의 난해한 관념을 유려하게 번역했다. 그가 아니었음 읽기 더 힘들었을 것이다. 불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피카르트의 대표작 '침묵의 세계'는 최승자시인이 번역했다. 그 또한 같은 경우다. 거듭 감사한다. 정신의 보물상자를 나눠주심에 감사한다. 말, 언어, 침묵, 음악, 그림, 詩. 피카르트는 이것들이 인간의 근원이라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