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계획 꽉 찬 오십 사 년 하루를 남기고 생각한다 앞으로 십 년 책 읽고 글 쓰고 일하고 그 뒤 십년 책 읽고 글 쓰고 놀고 나머지 일 년 죽을 준비하고 일흔 다섯 되면 딱 죽자 20160913 詩舍廊/~2021습작 2016.09.13
吐 吐 그대 더이상 지나갈 수 없다 이유는 그대 돌아보면 알 것 왔던 길 돌아 가시라 그대 바닥은 따로 준비하시라 이미 그대 되담을 수 없으리니 20160907 詩舍廊/~2021습작 2016.09.07
감사 감사 오십 몇 년 꼬리 긴 빚은 여전하지만 이른 아침 할 일이 있으니 감사 왼쪽으로 기운 아픔 여전하지만 필요한 만큼은 걸을 수 있으니 감사 각자 자리에서 투덜대는 삶들 여전하지만 혼자 둔 강아지 안부 걱정하며 모두 나설 수 있으니 감사 느닷없는 가을 팔목이 서늘해도 높은 하늘 .. 詩舍廊/~2021습작 2016.08.30
낚시터에서 낚시터에서 꼭 뭘 잡겠다는 건 아니야 그렇다고 자연과의 교감? 그것도 아니야 누군가 취미가 뭐냐고 물었을 때 좁은 칸에 습관적으로 써넣던 이유를 정확히 알지는 못해 그저 일 년에 한 번쯤 물가에 앉아서 찌를 바라보는 그런 모습 그게 좋은 것이다 오래 생각해 왔던 것 같아 폭염경.. 詩舍廊/~2021습작 2016.08.17
아침 아침 마지못해 일찍 일어난 자유로는 묵은 강의 긴장을 철책에 꽂고 달리고 마지막 장마의 눈물이 그렁한 바람 몇 줄기 미지근하게 흐르는 창가에 앉아 모가지 다친 어린 해바라기들 마을 모퉁이 평상에 쭈그린 늙은 숙취 미워하지는 말아야지 외는 주문 같은 것들 모두 담은 커.. 詩舍廊/~2021습작 2016.07.27
짧은 칼이 짧은 칼이 바깥에서 온 세상을 베고 온 짧은 칼이 동그랗게 시간을 깎는다 말리며 깎여 나가는 바깥 바깥으로 묻어 나가는 안 바깥의 또 다른 바깥이 되는 안 안으로 남아 바깥이 되는 안 하나의 바깥을 세 개의 바깥으로 여는 짧은 칼이 날카롭게 금을 긋는다 직선으로 깊게 잘리는 바깥 .. 詩舍廊/~2021습작 2016.07.21
언제나 술래 언제나 술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고개 돌리면 멈춰 선 꿈들의 그림자 기우뚱한 시간에 기댄 어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고개 돌리면 비틀대는 꿈 넘어지는 꿈 몇은 죽고 몇은 남은 지금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고개 돌리면 잘린 팔뚝을 들고 내빼는 꿈 하나 사방으로 달아나는 꿈들.. 詩舍廊/~2021습작 2016.07.21
간절한 외로움 간절한 외로움 저녁을 먹고 침대에 누워 나는 외로워 진다 집 안엔 아내와 두 딸 강아지 한 마리 그들을 두고 나는 외로워 진다 정면엔 저 혼자 떠드는 작은 텔레비전 상체를 반쯤 기대고 詩나 몇 편 아니면 낯 선 이의 수다를 읽다가 아무 생각없이 천장을 바라보는 시간 그 외로움 속에 .. 詩舍廊/~2021습작 2016.07.01
먹구름 먹구름 본디 아랫 것이 후끈 달아 위로 올랐다 위에도 위가 있어 두께가 생겼다 손마다 깍지 걸고 햇님만 뭉게뭉게 차곡차곡 아래는 어둠만 쌓였다 서럽다 쿡 찌르면 벼락만 한 바탕 오지도 않은 장마는 도무지 끝나지 않을 듯하다 20160621 詩舍廊/~2021습작 2016.06.21
미꾸라지 미꾸라지 진창은 완벽한 세상바닥에 납작 엎드려 잘 살 수 있었다보이지 않는 생계보이지 않았으므로 행복할 수 있었다 논둑을 거슬러 오르며진창은 씻겨나갔다더 잘 살 수 있을까 훤히 보이는 생계잘 보였으니행복할 수도 있었다 자갈 바닥은 완벽한 세상미끄러질 필요가 없었다잘 사.. 詩舍廊/~2021습작 2016.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