霧霜 霧霜 동짓날은 밤이 길어 마른 풀잎 귀밑머리 하얗게 새더니 채 내려앉지 못한 어둠으로 일어서 막 깨어난 산허리 다 지우며 물러가네 동짓날은 아침도 깊어 20151222 詩舍廊/~2021습작 2015.12.22
너덜의 시간 너덜의 시간 깊이 끝나는 어느 골짝에는 흔들리는 돌밭이 있다 제각기의 사연으로 높이를 잃은 바람부는 세월로 윤곽을 잃은 널부러진 산의 시간 깊이 시작되는 어느 골짝에도 흔들리는 돌밭이 있다 수 없는 마주침으로 결속을 잃은 집요한 퇴적으로 뿌리를 잃은 너덜대는 엄니의 시간 2.. 詩舍廊/~2021습작 2015.12.20
구름 만들기 구름 만들기 길게 굽은 산 길 익숙한 구비를 넘자 저 멀리 하늘로 오르는 구름 한 자락 알 수 없는 속이 끓어 지붕을 뚫고 한 줄로 오른다 턱 막힌 고갯 길 한참만에 숨통이 트여 일제히 옆구리로 쏟아내는 구름 한 무리 답답한 가슴을 태워 철판을 뚫고 떼로 오른다 2015.12.18 詩舍廊/~2021습작 2015.12.18
눈 오는 날 눈 오는 날 무릇 하늘에서 오는 것들은 모두 하늘의 자락들 뭉특하게 뾰족하게 서서 바라보는 것들 콧대 지우고 손발도 지우고 스르르 한 폭으로 쓸어내리는 다 잊은 원래의 자리 잊지말라 쓰담는 너른 자락, 자락들 2015. 12. 05 詩舍廊/~2021습작 2015.12.08
애월(涯月) 애월(涯月) 2012 무적소리 가득한 밤이었다 젖은 함성들은 어디로 달려 가는지 바다가 내려꽂히는 창문은 거친 휘파람을 불었다 보이지 않는 바람들은 보이지 않는 수평선으로 겨우 눈 뜬 가로등을 몰아 쳤다 밝은 곳에 갖힌 몇 줄기 빛들마저 내쫓는 동안 아우성은 더 높아 살아 있는 모.. 詩舍廊/~2021습작 2015.11.16
개발 개발 비 오는 길이 미끄러워 어제는 내 발에 오늘은 쇠발에 새 신을 신긴다 고무로 가로로 세로로 홈이 파인 새 발은 모서리가 둥글다 딛고 가던지 굴러 가던지 가야하는 것들은 다 둥글다 굽이 높으면 복사뼈가 삐긋거 리는 내 발 높이만 만나면 헛도는 쇠발을 위해 탱탱 바닥을 착 붙드.. 詩舍廊/~2021습작 2015.11.09
겨울이 사나워도 겨울이 사나워도 낡은 줄을 모두 버렸습니다. 날나리를 붙들고 있던 오랜 시간은 배배 꼬여 쉬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엄지와 검지로 매듭을 만들어 새로운 약속을 굳게 걸었습니다 욕조에 물을 가득 받았습니다. 온 집을 다 뒤져도 높이가 없었습니다 오십센티를 위한 오백리터 조금씩 무.. 詩舍廊/~2021습작 2015.10.04
雜 雜 초 일 놈 것 이름 없는 것들의 성씨 탕 지 곡 초 쓸어 담은 것들의 묶음 그러나 밟아도 밟아도 뽑아도 뽑아도 골라도 골라도 지워지지 않는 이름들 모질게 얽힌 한 마디 2015. 10. 1 詩舍廊/~2021습작 2015.10.01
무게 무게 발목의 슬픔에 공감합니다 몸뚱이 바로세우는 일이 이렇게 만만찮은 것이었음을 잘난 놈 이고 사느라 마디가 삭았을 허리가 접히고야 압니다 아래를 혹사시켜온 위를 버티느라 악착같이 살집을 모은 33인치 맹글로브의 허리 구부리면 엄습하는 위의 안일들 이제서야 그 무게를 압.. 詩舍廊/~2021습작 2015.09.30
임진강 임진강 일주일에 한 번 북향길 갈 수 없는 곳이 있어 도처에서 속도를 붙드는 역설의 자유로 너무 반듯한 철조망 너머 월경의 꼬리를 담그고 흐르는 듯 멈춘 듯 빛나는 표정 수직으로 향하는 서해 바람을 찢는 격자 사이 가을 볕의 산란이 분주한 마을 움직이는 것은 깃발뿐 나른한 긴장 .. 詩舍廊/~2021습작 2015.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