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죄 원죄 결핍에 근거한 억압은 결핍에 반항하는 일탈을 부르고 결핍에 반항한 일탈은 결핍과 결탁한 소외를 부르고 결핍과 결탁한 소외는 결핍을 빙자한 억압을 부르고 결핍을 빙자한 억압은 결핍과 불가분한 억압을 부르고 결핍과 불가분한 억압은 결핍에 근거한 억압을 낳는다 2015. 08. 09 詩舍廊/~2021습작 2015.08.10
어떤 파우스트 어떤 파우스트 삶이 온전히 팔리지는 않았지만 감당할 수 없을만큼 미래는 내 것이 아니다 가불은 삼 년 반 짜리 반 년 짜리도 있고 기약없는 것도 있다 내일은 또 어설픈 권리 하나를 팔고 손에 잡히지 않는 미래 하나를 상담할 예정이다 그 곳엔 아직 있지도 않은 내가 나를 배석하여 그.. 詩舍廊/~2021습작 2015.08.06
송곳니 송곳니 활짝 웃는 그녀 분홍 입술 아래 가지런히 하얀 이들 눈 부시다 문득 비릿한 눈초리 목덜미를 노리는 뾰족 일격의 암수 비단 고샅 속 미처 닳지 못한 은장도 한 마디 2015. 07. 19 詩舍廊/~2021습작 2015.07.19
도서관 도서관 오늘 걸을 길이 없어 내일 길이라도 걷는다. 침묵하는 사람만 가득한 산자락 도서관 아카시아 꽃이 산더미로 피었지만 안개와 가는 비에 씻겨 벌을 부를 향기도 없다 번호 매겨진 책 속으로 오늘을 지우러 간다 2015. 05. 19 詩舍廊/~2021습작 2015.05.19
돌아가는 것들에게 돌아가는 것들에게 이른 태풍이 지나간 강가 설익은 연두 이마를 밀치며 바람의 꼬리가 달린다 오늘도 지천인 시간 한 묶음 활짝 열어젖힌 창문에 걸쳐놓고 지들끼리 바쁜 강물이며 구름이며 느린 눈으로 짚어본다 껍질들은 바람에 끌려 거꾸로 흐른다 버틸 기운도 모조리 빼앗긴 채 지.. 詩舍廊/~2021습작 2015.05.12
새겨진다는 것 새겨진다는 것 대학 3학년 스물 둘 고등 2학년 열 일곱 거친 돌 옆구리에 이름을 새기고 아버지와 영 이별을 했던 때 세월이 제멋대로 흘렀어도 바람은 돌을 이기지 못해 관계는 낡았어도 여전히 삐뚜루 서있다 고집만 남았을 아버지 그 곁을 파고드는 형제 산은 고스란히 높아 늙은 발목.. 詩舍廊/~2021습작 2015.05.02
시립도서관 시립도서관 씨 감자 묵은 감자 섞인 묵정밭 목소리 잃은 언덕만 환하다 이랑 곁으로 내쳐진 돌부리들 뿌리들 사이 사이 빛나는 푸른 씨눈들 형광색으로 봄은 빛나게 마르고 소심하게 서로를 밀치는 지친 뿌리와 돌부리들 고개 젖힌 기침 소리 바싹 말라 썩는 소리 2015. 4. 27 詩舍廊/~2021습작 2015.04.27
미안한 하루 미안한 하루 아침부터 어두웠다 막 꺼낸 태양도 웅크리고 길은 미리 저물었다 자꾸만 마음이 흘러 내려다 보면 흥건한 바닥 말 없는 풍경이 쌓여 무거운 하늘을 버틴다 겨드랑이에 매달린 해야 할 일과 가야 할 길 하루쯤은 그냥 둬도 좋지 않을까 기어이 비가 내린다 깜깜하게 이젠 슬프.. 詩舍廊/~2021습작 2015.04.16
그 사내 그 사내 변기에 앉아 뒤로 쏟다 돌아 앉아 앞으로 쏟았노라 번들번들하게 말하던 긴 인중을 기억합니다 그날 나는 오래 유쾌했었고 보지 못한 당신은 배후를 노렸지요 얼마 뒤 피 흘리며 돌아서던 오후 친구들 말이 생각납니다 넌 상대가 안돼 그 후에 한 두 번 봤었나요 우리 울타리 밖.. 詩舍廊/~2021습작 2015.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