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꼬리 고개를 돌리면 어김없이 염장을 지르는 길이 새삼스럽게 중심을 잡을 일도 없는데 그저 반가우면 흔들리고 무서우면 감기는 긴 표정일 뿐인데 널 떼고 싶어 아무리 돌아도 떼내지 못하는 동그란 길이 20160331 詩舍廊/~2021습작 2016.03.31
두 개의 문 두 개의 문 그 때 그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나는 싸구려였다 아무리 비싼 짓을 해도 나의 편익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 생각했었다 지금 저 문을 곧 나서기 전 나는 여전히 싸구려이다 뭔가 비싼 짓을 해야 하는데 나의 효용은 대가에 닿지 못한다 생각한다 문과 문 사이 두 싸구려.. 詩舍廊/~2021습작 2016.03.31
내가 없는 길을 지나고 내가 없는 길을 지나고 익숙한 창 안에 앉아 비 오는 자유로를 달린다 유리에 부딪히는 슈베르트 좁은 틈으로 달아나는 담배연기 발목은 습관을 밟고 강 건너 마른 풍경은 의뭉하게 다가온다 생각 또한 뒤로 사라지는 것 바라보지 않은 탓에 윤곽조차 알지 못한다 시속 백킬로의 달림 속.. 詩舍廊/~2021습작 2016.03.05
마중 마중 당연히 올테지만 기다리지 않는다 희끗한 바람 몇 점 흘리고 굽 낮은 신발 얇은 외투 한 벌로 길을 나선다 가늠할 수 없는 높이에서 익숙한 것들과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예측하지 못할 그림자로 지우며 남쪽으로 간다 왼쪽으로 기운 낯 선 길은 지친 계절을 한 쪽으로 몬다 반대편.. 詩舍廊/~2021습작 2016.03.04
만회 만회 돌아다보면 굴절은 생각보다 더 멀리서 시작되었다 키 작은 꼬마의 반항이 멋있어 보이던 그 때부터 경로는 빗나갔다 어긋난 축은 원심력으로 확장되고 그때마다 가슴 속엔 낭만의 푯말이 세워졌다 그렇게 사선으로 달려온 세월 내일을 빌려 오늘을 살다 몇 번의 곤두박질 사라질 .. 詩舍廊/~2021습작 2016.03.02
돌담 풍경 돌담 풍경 겨울은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희미한 남쪽 바다 멀리 낮은 섬 웅크린 대평포구 무뚝뚝한 절벽까지 아무도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장작 옮기는 사내 입다문 개 한 마리 겨우 파란 마늘밭 낮게 엎드린 마당까지 모두 슬퍼하는 줄 알았습니다 고개 넘은 바람 한 줄기 코끝을 지납니.. 詩舍廊/~2021습작 2016.02.22
이미지 160204 이미지16204 머릿 속이 깔깔하다 아름다움이 모두 말라버렸다 좌우에서 부는 온풍기 탓은 아니다 눈은 남쪽으로 모두 쏟아져 강만 얼어 터진 오후 낮은 등성 위로 퍼석퍼석한 나무들 엉성하게 섰다 아무 할 말도 없다는 듯 너덜한 강을 딛고 물기 없는 가지만 제멋대로 파산한 거리에 녹아.. 詩舍廊/~2021습작 2016.02.04
인사명령 인사명령 부고가 잦다 오늘도 누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날아온 인사 먼저 지갑을 만져보고 이어서 관계를 짚어본다 그럼 안 갈 수도 있다 순서가 바뀌면 거의 가야 한다 어머니와 장모님을 따진다 멀진 않았다 멀었음 싶다 안타까운 명령 휴지통을 눌러 문자를 지우고 내게 답한다 안.. 詩舍廊/~2021습작 2016.02.03
너덜의 강 너덜의 강 한 사흘 불어젖히던 바람 잦고 구름 없는 하늘 빛나더니 강이 부숴진다 꽝꽝 언 강이 부숴진다 완강한 구속은 잠시 얼굴이 굳어도 울컥 피는 멈추지 않아 강이 부숴진다 꽝꽝 언 강이 부숴진다 팔 다리를 붙들어 맬수는 있다 그래도 역사는 묶을 수 없어 강이 부숴진다 꽝꽝 언 .. 詩舍廊/~2021습작 2016.02.01
로또 로또 누군가 그러더군 길을 가다 아무개를 붙들고 아무 전화번호를 불러 딱 맞힐 확률이라고 또 누군가 그러더군 빈자에게 부과하는 희망을 담보로 한 절망의 세금이라고 그럼에도 일주일마다 꼬박 오천원 자진 납세하는 것은 세상 모든 빚진 자들에게 한껏 갚고 싶은 오랜 채무자의 소.. 詩舍廊/~2021습작 2016.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