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에세이 95

루틴과 감사

. #루틴과감사 습관은 아니고 가능하면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들.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오 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고 인터넷으로 성경 몇 장을 읽는다. 특별히 신앙심이 깊어서는 아니고 평생의 과제로 여기는 절대자의 존재 더듬기를 놓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오늘은 신약 데살로니가전서와 구약 잠언을 읽는다. 잠언은 오늘이 마지막 장. 마싸왕 르무엘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가르친 교훈이다. 좋은 아내의 덕목을 가르치고 있다. 다소 남자를 위해 절대적 희생을 강요하는 내용이 많지만 그 시대를 생각하면 이해는 된다. 끝무렵에 남편과 아들들이 하는 칭찬이 있다. '살림 잘하는 여자가 많아도 당신 같은 사람은 없소.' 늘 고마운 내 옆지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ㅎㅎ

친구들 덕에 삽니다.

. 친구들 덕에 삽니다. 환갑을 바라보는 시절을 사는 요즘 살아 온 세월을 돌아볼 때가 잦습니다. 제대로 된 회사 생활을 그만둔 때가 얼추 사십대 후반이었는데 그 후의 삶은 이래저래 부평초 같았습니다. 사업도 해보고, 짧게 다시 직장 생활도 해보고, 택시기사, 보험쟁이 등 불안정한 생활도 많았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고비들마다 친구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보험일을 시작했을 때 먼저 전화를 걸어와 첫 계약을 해줬던 친구, 택시를 몰 때 해외출장 가는 길 인천공항까지 일부러 내 차를 타고 갔던 친구도 있었습니다. 험한 일 하지말라며 회사에 자리를 만들어 월급을 받게 해준 친구 덕분에 몇 년 보일러회사와 파주프로방스마을에서 일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개인택시를 할까 고민하던 내게 보청기 사업을 권유하고..

압박 기피 증후군

. #압박기피증후군 성격상 할 일을 쌓아두고 있으면 힘들다. 능력이 안돼 해결하지 못한 일을 두고 보는 것도 힘들지만 해결해야 할 일들이 내가 할 수 없는, 누군가가 해주길 기다리는 일도 힘들다. 오픈을 열흘 정도 남기고 일들은 눈앞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데 대부분 내가 할 수 없어 기다려야 하는 일들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 잘 될 일들이다. 그런데 자꾸 답답하다. 불확정의 상황들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 이 성질머리 덕에 한편 일손이 빠르다. 능력있다. 소리를 들은 적도 있지만 사실은 내가 스스로 느끼는 압박이 싫어 후다닥 해치운 일들이 많았다. 참 고약하고 찌질한 성질머리다.

위안

#위안 살아있는게 힘들 때면 꾸역꾸역 기대는 것들이 있다. 사는 일이 바쁘거나 신간이 편하면 잘 찾지 않다가 벼랑에 섰다 싶으면 고개를 돌려 매달리는 것들이 있다. 하나는 神이고 또 하나는 詩다. 지난 두 달, 뭘 새로 한답시고 바빴다. 神은 까마득하고 詩는 너덜하다. 神과 詩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아마 지금 나는 살만한가보다. 특별히 詩는 지금 외출중이다. 댓군데 투고가 퇴자를 맞고 어딘가에 쳐박혀 있을 것이다.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그래도 또 올 것이다. 생각해보면 내 詩는 그저 나를 위로하는 역할이 전부다. 지금 위로가 필요없으니 그도 쉬는 것. 예술? 그건 내게서 멀다. 따라서 시집을 묶는 일도 사실 별 의미없는 일이다. 나를 위로하는 詩를 남에게 읽혀 무엇하리. 예술? 그건 내게서 멀다.

목숨공장

. #나무지옥 한달 전쯤 둘째가 데려온 벤자민이 죽은 것 같다. 처음부터 비실비실해서 큰 화분으로 분갈이도 하고 나름 살뜰히 살폈는데 버티지 못했다. 분갈이때 보니 이미 뿌리가 시원찮았는데 그 탓이지 싶다. 식물도 공장에서 생산되는 시대. 대충 키워 그럴듯한 화분에 담아 팔아버리면 그만. 잘 사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짓이다. 우리집 강아지 팝콘도 그랬을 것이다. 그저 생산되고 유통되다 버림받고 우리집까지 왔다. 잘 살지 못해 많이 아팠고 7년이 지난 요즘에야 겨우 안정됐지만 이미 늙어버렸다. 목숨이 생산 유통되는 일. 자본은 생명의 가치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거래와 이윤에만 집중한다. 그 메커니즘속에서 동물도 식물도 고통 받는다. 특별한 기회가 없으면 목숨을 잃기 십상이다. 떠나는 생명을 보고 ..

국 이야기

. 늘 마르고 뻑뻑한 목이 된 연식 탓이겠지만 우리 집은 국을 자주 상에 올린다. 찌개도 심심찮게 끓이지만 국을 이기진 못한다. 전날 한 잔 한 아침이거나 몸이 지쳐 입맛이 시원찮은 끼니때면 국 한그릇에 밥 한덩이 말아 넘기면 기운을 차릴 수 있다. 찌개가 담당할 수 없는 손길이 한그릇 국에는 분명히 있다. 우리집 5대 국이 있다. 소고기국, 미역국, 오이냉국, 김치국, 아욱, 근대 된장국이다. 소고기국은 무우와 대파를 많이 넣은 대구식 따로국밥으로 육개장에 가까운 맛이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가끔 끓여주던 그 맛을 아내가 이어받아 맛보여 준다. 어머니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시절보다 양지고기가 더 많이 들어간다는 정도. 미역국은 아내의 애정국(?)이다. 언제 먹어도 좋다는 아내의 미역국 사랑은 세월이 가..

비싼 꿈

. #자본주의 넓은 잔디 마당이 있는 집에 사는 일. 도시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꿈 같은 것. 현실은 멀어 그저 잠깐 휴가에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흉내만 내본다. 꿈을 체험해보는데도 돈이 든다.^^ 이 집 주인은 꿈을 실현하려고 이 집을 지었다는데 감당이 안돼 펜션 영업으로 바꿨다네. ㅎ. 수원에 살면서 손님이 들면 와서 응대하고 수시로 들러 마당이며 집이며 관리를 한다고.. 꿈을 내놓고, 꿈 꾸는 이들에게 잠깐 빌려주며 사는 일. 꿈은 이제 이렇게 거래 속에 있구나. 비는 이틀 내내 내리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 빌린 꿈도 반납하고 우리 집으로 가야지. 돈 안드는 꿈이 구석구석 있는 곳으로. ㅎㅎ #비싼꿈 #1009하우스

그림과 詩

. 그림과 詩 그림도 詩처럼 누구한테 배워본 적은 없다. 그래도 둘다 오래된 취미다. 대략 중학시절부터 그림도 글도 끄적거리기 시작한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엔 미술부 문예부를 동시에 나갔다. 그걸로 인생을 살았음 좋겠다 생각을 한 적이 있었으나. 현실은 어림도 없었으므로 그저 취미로 그칠 수밖에 없었다. 대학은 상대를 갔고 바로 취직이 됐다. 내 보직은 광고과. 어설프나마 그림과 글과 친한게 회사일에 도움이 됐다. 어설퍼도 감각이란게 있었으니까. 그 후론 쭉 광고밥을 먹고 살았다. 詩는 책을 꾸준히 읽는 습관 때문에 오래 곁에 있었지만 그림은 쉽게 다시 시작하기 힘들었다. 십년에 한번 정도 어쩌다 그린 정도. 최근에 오래 써온 詩가 자꾸 한심하단 생각이 들어 손을 놓고 있다. 그 틈을 비집고 어림없는 ..

생각

. #생각 남은 삶의 방향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있다. 늦은 나이에 낯선 일을 시작하는 건 두려운 일이다. 매일 망설이고 주저한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눈치를 본다. 지금 실패하면 돌이킬 수 없고 노년은 더 초라해질 것이다. 마음은 그래도 절반쯤 출발선에 서있다. 선택의 여지는 사실 별로 없다. 망설이는 대신 지금 바로 출발하는 것이 낫다는 누군가의 말도 떠오른다.아마 시작하게 될 것이다. 새벽에 잠이 깨어 생각했다. 대단한 성공을 기대하지 말자. 한 십 년, 열심히 즐겁게 일해서 소소하게 먹고 살고 남는 것이 있으면 나누고 살자. 뭐 이런 생각. 평생 예수를 따라다녔으나 그의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해본 것은 얼마 안됐다. 그저 관념으로만 그렇게 해야한다 생각했을뿐. 이쯤에서 그 일을 조금이라도 해야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