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월 창밖 호암은 응달에 그제 내린 늦눈을 아직 간직하고 있지만 그 주변 마른 가지들은 아마 몸이 달아있을 것입니다. 삼월이니까요. 남쪽에는 벌써 핀 꽃들 이야기가 들리고 처녀 아이들 미뤄둔 결혼 준비 소식도 자주 들립니다. 삼월이니까요. 이 들썩들썩한 삼월을 맞으며 저도 이런저런 준비들을 하고 있습니다. 범띠니까 우리 나이로 예순. 내년이 환갑인데 뭐 별 의미는 없지만 괜히 몇 가지 매듭 짓는 일들에 손을 대게 됩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둔 지 반년이 지났습니다. 철든 이후로 평생 제일 오래 무소속 룸펜 생활을 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벌어둔 돈도 없고 아직 씀씀이는 크게 줄지 않았으니 한 십년은 더 돈벌이를 해야 합니다. 어디 써주는 데는 없고 공력을 들이는 글쓰기는 재주가 하찮으니 취미 수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