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프 파블로프 반 평 화단 거름 준답시고 담배 피러 갈 때마다 오줌을 눴다 한 삼 년 지났나 담배 필 때마다 빌어먹을 오줌이 마렵다 190128 詩舍廊/~2021습작 2019.01.28
한 살 더 먹었으니 한 살 더 먹었으니 쉬는 날 혼자 집에서 식구들 먹을 짜장을 만든다 일 년이면 서너 번 만든다 짜장 속에 있는 돼지고기가 싫어 내가 만든 짜장은 오로지 야채만 들었는데 오늘은 돼지고기를 넣고 볶는다 돼지해? 그런 건 생각도 못했다 그저 갑자기 내 입만 입인가? 하는 생각이 들고 나 .. 詩舍廊/~2021습작 2019.01.03
조용한 웃음은 어디로 갔는가 조용한 웃음은 어디로 갔는가 미소란 땅 위에 하늘이 잠시 나타나는 것 -크리스티앙 드 바르티야 한 때 조용히 웃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본격적으로 어려움이 시작되던 시절이었다 눈 앞의 답답함을 눈꼬리에 건 미소로 덮던 그저 담담하게 다가오는 어둠을 바라보던 시절이었다 .. 詩舍廊/~2021습작 2018.12.21
콩나물 콩나물 야야 어제는 ㅋ이 생각이 안나더라 가계부에 콩나물 천원을 쓰는데 써놓고 읽어보면 고나물 추나물 암만 생각해도 내가 아는 콩나물이 아닌데 그게 뭔지 와 그렇게 생각이 안나겠노 왠 종일 생각해도 생각이 안나데 그라다가 잘라꼬 누벘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더라 ㅋ 후.. 詩舍廊/~2021습작 2018.12.12
생일 생일 11월은 소중해서 무서운 두 여자의 생일이 있는 달 음력과 양력이 섞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차례로 오는 달 먼저 온 오늘은 남편보다 생일이 늦어야 한다 억지로 뒤바뀐 아내의 가을 생일 촛불도 없이 족발 한 접시와 막걸리로 보낸다 마주 앉은 딸 둘 선물을 내놓으라 성화에 .. 詩舍廊/~2021습작 2018.11.08
남은 목소리 남은 목소리 몇 주 전 읽고 반납했던 시집을 다시 빌려와 다시 읽는다 그 사이에 시인은 떠났다 운명의 이편과 저편 사이에 남겨진 시는 어떤 다른 표정일지 먼 목숨처럼 태풍이 지나가는 오후 산 자의 시를 죽은 자의 목소리로 읽는다 181006 詩舍廊/~2021습작 2018.10.06
죽음의 이름 죽음의 이름 졸하고 별세하시고 소천하고 작고하셨고 사망했고 운명하셨고 천붕하셨으며 입적하셨고 죽었다 오늘도 변함없이 이어지는 호명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잠깐 슬픈 슬픔의 형식을 빌어 삐죽 열렸던 문을 닫는 사람들 여러 해 전 법정스.. 詩舍廊/~2021습작 2018.10.04
유감 유감 시집 한 권을 읽으면서 나중에 다시 한번 읽자 하며 접어두는 시편들이 있다 다 읽고 접어 둔 시들을 다시 읽고 접은 자리를 곱게 편다 아무리 곱게 펴도 접힌 자리는 상처처럼 남는다 거듭 읽은 시처럼 시집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일은 부끄럽다 한 시인의 생을 돈 안내고 빌려보.. 詩舍廊/~2021습작 2018.10.02
기차는 여덟 시에 떠나네 기차는 여덟시에 떠나네 빈 새벽에 노래를 들으면 내 속의 어떤 존재가 깊은 목소리에 불려나와 가슴 저려하는 것을 느낀다 떠난다는 것 밤을 향해 떠난 기차가 나의 새벽을 천천히 달리고 있는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는 기차 소프라노의 아름답고 시린 쇳소리로 어둠 속에 쌓이.. 詩舍廊/~2021습작 2018.09.06
기일 기일 35년 전, 새벽. 호흡기를 떼고 집으로 와서 늘 눕던 그 자리에 눕혀졌던 아버지. 힘겹게 들이 쉬던 가르릉 숨을 덜컹 거두곤 떠나셨다. 한 마디 인사도 없이 면도를 하며 거울 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깡마른 눈빛에게 그간의 안부를 물어본다 서쪽에서 천천히 태풍이 오고 있다.. 詩舍廊/~2021습작 2018.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