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 2210

엄마가 이겼다.

엄마 동시에 여러권의 책을 읽는 일은 이제 습관으로 돼버린 것같다. 많을 때는 하루에 열 권 정도의 책을 여기저기서 조금씩 읽기도 한다. 오늘은 전자도서관에서 책을 두 권 빌렸다. 한 권은 사무실 모니터 한쪽에 열어놓고 일하다 머리 아프면 몇 줄씩 읽을 요량으로 빌린 박완서의 에세이. 다른 한 권은 출퇴근길 차가 막히거나 신호에 걸렸을 때 거치대에 걸린 핸드폰으로 읽을 거리인 제인 구달의 '희망의 이유'다. 두 권 다 2주 안에 반납을 해야하는데 짬짬히 읽을 수 밖에 없으므로 한 번은 연장을 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제인구달의 책은 700쪽쯤 되니 다시 빌려야 할 지도 모른다. 두 권의 책을 훑어보다가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박완서 1931년생. 제인구달 1934년생. 두 사람 다 어린 시절 전쟁을 경..

다친 황소

다친 황소 나는 대구 사람이다. 두류산밑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나오고 먹고 살 길 찾아 대구를 떠났지만 여전히 내 뿌리는 대구에 있다. 한 여름 영천이 대구보다 덥다하면 기분 나쁘고 인천이 대한민국 세 번째 도시가 된다하면 울화가 치민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지나며 통일신라의 적통 속에 있다 자부한 적도 있음을 고백한다. 현대사에서 고립된 광주를 안타깝게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러다 어느새 제대로 고립된 대구를 보고 화가 나고 속상하는 게 요즘 심정이다. 코로나는 왜 또 내 고향에 쏟아졌는지. 그저 정치적 견해지만 확 멀어져버린 친구들. 친척들, 선배들, 후배들을 보며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한다. 현대사는 대구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의리를 중시하는 대구사람들을 현대사가 이용했다고. 이 말도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