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춤 칼춤 말하지 않으니 사방을 베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늘 조심하며 얼굴 내미는 승강기도 이마를 깔고 앉았다 내려가는 물 소리도 현관문의 꼬르륵 허기도 사정없이 베는 둔각의 날 빈 곳 마다 그어진 칼자국 안으로 찌르며 도는 동그라미 언제나 피 흘리는 칼끝 과도한 휘두름에 잘린 그림.. 詩舍廊/~2021습작 2015.03.16
캐롬 캐롬 치명적인 결함은 늘 느슨한 브릿지로부터 시작된다 분리각은 사십오도 대 사십오도 얇아도 두꺼워도 네가 곧게 가고 내가 가로지를뿐 언제나 직각은 돌아서 만나기 쉬운 이별 제대로 헤어지기 위해서는 얼굴을 완전히 겹치든가 껍질을 벗겨내든가 이때도 브릿지가 문제 계획이 치.. 詩舍廊/~2021습작 2015.03.15
詩에 대하여 詩에 대하여 하루 종일 껴안겨 산 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나를 물었다 책은 참 어렵게 모든 것의 빈 자리로 가라고 한다 너는 그 곳을 아니 약속 또는 합의는 만연하다 개는 그것을 안다 그저 벗어나지 말라 벗어나면 나는 살기위해 물 뿐 사드 그리고 맹목 원래는 알 수 없지만 그 곳이 .. 詩舍廊/~2021습작 2015.03.13
지혜 지혜 힘든 발목을 위해 묵은 거죽을 위해 뜨거운 물 속에 빠져있으면 좋다는데 열 많은 몸뚱이는 한 오 분 쳐들어 오는 온도를 못견딘다 뿌리에서부터 푸른 물관을 타고 거꾸로 흐르는 뜨거운 삼투 확 뿌리치고 나 앉고 싶어 못견딘다 발목은 자꾸 더 아프고 묵은 거죽은 더 마르고 옛다 .. 詩舍廊/~2021습작 2015.03.13
오호 동탄의 봄 오호 동탄의 봄 지붕이 얽혀 그어진 기역 니은의 지평선 위로 나른한 평택 친구가 누른 봄 컬러링이 흔들린다 이즈음 계절은 언제나 뿌옇거나 쌉쌀하거나 웃자란 냉이 둥치에 맺힌 봄 먼지 냄새로 풀풀하다 반쯤은 빈 터 나머지는 반듯반듯한 산업단지 사람은 모두 숨고 햇빛만 날리는 .. 詩舍廊/~2021습작 2015.03.05
갈증 갈증 어둠 속에 바싹 마른 한 그루 나무 그 곁에 같이 마르는 나무 세 그루 제발 혼자 말라 한 방울 물로 남고 싶어 2015. 03 . 01 詩舍廊/~2021습작 2015.03.01
남겨진 이름 남겨진 이름 여든 여섯 고개 힘겨운 눈을 감아 난생 처음 걷는 꽃길 함께 웃는 하얀 길 보따리 걸음 한 십 년 바느질 걸음 또 한 십 년 그 길에도 드문 꽃은 피었드랬지 지금은 나도 꽃 사이로 꽃 피어 내 속의 너희들 내 밖의 또 너희들 향해 슬프고 기쁘게 웃을 수 있는 시간 웃음 사이로 .. 詩舍廊/~2021습작 2015.02.26
빙폭과 언 달 빙폭과 언 달 관악산과 우면산이 쪼개진 곳 원래는 골짜기 과거 길이 있었던 곳 짙은 칼자국을 보면 꽤나 골이 깊었을 것 같은 곳 남태령을 넘자 익숙한 절벽에 폭포 하나 걸렸다 흐를 개울도 강도 없이 느닷 없이 멈췄다 쏟아지는 것들이란 담은 것과 담을 것이 필요할 터인데 개울도 없.. 詩舍廊/~2021습작 2015.02.10
월말 월말 오늘은 다행히 아무도 찾지 않는 날 다리 아픈 강아지와 발목 아픈 내가 나란히 앉아 서로를 위로하는 날 멀리 겨울이 조금씩 녹는 산 눈이 많이 오지 않은 시간을 아쉬워 하며 땅 속에서부터 꿈틀대는 씨앗의 하늘 다음 달도 여전히 척박하지만 강아지의 다리가 낫고 나 또한 따뜻.. 詩舍廊/~2021습작 2015.01.30
어떤 땅속 어떤 땅 속 언제 불려나왔는지도 모르는 땅속 하나 다른 땅속과 흘레 붙어 살았다 연상인지 연하인지도 모르는 어쩌면 조상님일지도 모르는 옆구리와 종아리 또는 발목, 발바닥으로 벌떡 벌떡 솟은 땅속 사이를 편편하게 펴진 땅속 위로 끈적한 땅속을 연신 태우며 달렸다 깊이는 언제나.. 詩舍廊/~2021습작 2015.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