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이젠 詩라 하지 말자 검은 강가를 적시는 달빛 고개만 돌려도 자주 삐끗하는 계단 바위틈마저 비집고 끊임없이 깊어지는 잔뿌리 모든 것은 넋두리 모든 말은 그저 저 혼자 깊어 스스로 비치는 얼굴뿐 그러니 무슨 詩라 하지 말자 2015. 01. 14 詩舍廊/~2021습작 2015.01.14
길이 끝나는 곳 길이 끝나는 곳 서둘러 너를 대신할 무엇을 만들고 돌아온 길 밤이 깊어 검은 벽에 가려진 그 길 뒷 모습에 너무나 선명하게 사라지는 그리움 그 서늘한 눈초리 2015. 01. 10 詩舍廊/~2021습작 2015.01.10
겨울의 높이 겨울의 높이 눈 빨간 마른 십자가 위 배부른 하현달 위 위 노랗게 언 별 하나 사이로 기어 나는 밤 비행기 긴 꼬리 아래로 오들오들 떠는 세상의 속도들 2015. 01. 09 詩舍廊/~2021습작 2015.01.09
오만원의 거리 오만원의 거리 눈 딱 감고 모른 척하면 얇은 지갑 속 오만원을 지킬 수 있다 눈 딱 감기 전에 머리를 굴려 과거 현재 미래의 거리를 잰다 돌려받을 수 있는가 뻔뻔할 수 있는가 오만원 어치 관계가 되는가 죽음에서 오만원 결혼에서 오만원 태어남에서 오만원 용기는 두터워지고 오만원들.. 詩舍廊/~2021습작 2014.12.22
밤에 눈이 내립니다 밤에 눈이 내립니다 아무도 없는 길 위로 묵묵한 눈이 내립니다 조용히 바람도 없어 끊임없이 아래로만 내리는 눈 길은 벌써 지워졌습니다 검은 밤에 내려도 눈의 목소리는 하얗습니다 침묵의 행렬 정수리만 바라보고 우루루 내리는 고백들 그러면 지워질까요 지워지지 않으려 밤에 내.. 詩舍廊/~2021습작 2014.12.20
나무 궤짝 나무 궤짝 어느 비오는 봄날 오면 마비정 선산 할아버지 산소 뒤에 구덩이 얕게 파고 나무 궤짝 하나 묻을까 한다 그 전에 사부동에 누워 있는 아버지 일으켜 돌아가고 남은 고집 곱게 갈고 뒤따를 어머니 굳은 편견과 함께 알뜰히 버무려 궤짝 속에 흩뿌리고 우선 묻어둘까 한다 또 세월.. 詩舍廊/~2021습작 2014.12.13
낯 선 행복 141213 낯 선 행복 141213 이런 저런 근심 잠깐 사라진 토요일 아침. 아침 일찍 눈 떠 밥을 짓고 맑은 무우국을 끓인다. 창밖에는 어제 내린 눈이 이웃 집들 옥상에 새파랗게 잠들었다 늦게 깬 아내와 가벼운 아침을 먹고 얻어온 커피 멀겋게 한 잔 마시고 햇살 오들오들 떠는 베란다 서성이다 따뜻.. 詩舍廊/~2021습작 2014.12.13
自慰 自慰 오래 망설인 이유는 부끄러움을 아는 탓 혼자 있는 곳은 언제나 아세라의 그늘이 드리워 혼자 있는 때는 자주 아데미의 미소가 찾아와 아내는 늘 등 돌리고 잠들고 깨어 있어도 사이엔 까만 눈 강아지 한 마리 잠들지 못하는 이유는 부끄러움을 욕망하는 탓 2014. 12. 11 詩舍廊/~2021습작 2014.12.11
방전 방전 너를 향하는 나의 세계는 31%에서 시작해 30%를 지난다 어두운 걸음이 끝날 무렵이면 5% 정도 남을 것이고 그 전에 경고가 울릴 것이다 지금은 29% 하얀 길 위에 또박또박 새 겨 지는 시한부의 발자국 막 생겨나고 또한 금방 사라지는 생각 순간의 얼굴 위로 쏟지 못하면 원래 없던 것 27%.. 詩舍廊/~2021습작 2014.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