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방명록 오늘 하루 다녀간 여덟명 되짚어 열어본 문 몇 개 비밀 이혼 상담 가능 이왕 쓸 인터넷 싸게 재택 아르바이트 비아그라 문간을 쓸지 않으니 쓰레기 쌓이는 건 당연지사 거기다 쓰레기 몇 점 얹어두고 돌아서 나오는 손님 겸 주인 2014. 10. 02 詩舍廊/~2021습작 2014.10.02
이미지141002 이미지 141002 서슬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시간을 베던 빛살이 사라진 그 하늘 눅눅해진 경계의 끝이 녹슨다 산란하던 은행 끄트머리는 바삐 늙어 모두 고개 숙였다 모질게 매달린 다음 목숨들 몇몇은 벌써 떨어지고 황금색이 젖어 똥색이 된 창밖의 안색 오히려 반가운 숙변의 징조 몇 .. 詩舍廊/~2021습작 2014.10.02
변명을 위하여 변명을 위하여 환갑이 되면 쓰레기통 뒤져 한 팔십편 정도 엉성하게 묶어 시집 한 권 낼 요량이다 서점에 내놓을 엄두는 어림없고 시 쓴다며? 좀 보여줘 하는 친구들 입막음으로 있어줘 고맙다는 인사로 줄 요량이다 그런 게 남아 있을지는 모르지만 한 평생 걱정만 끼친 세상에 이러저러.. 詩舍廊/~2021습작 2014.10.02
사랑스런 그녀 사랑스런 그녀 삼십 분째 한 평 똥간에서 이마에 핏발을 돋우고 내려진 실팬티 무릎에 팽팽한 망사 스타킹 사이를 노려보며 하초에 온 힘을 쏟는 그녀 아는가 아니면 빛나는 하이그로시 문짝 뒤에 조신하게 앉자마자 한 무더기 질펀하게 양감과 향기 그리고 작렬음을 쏟아내는 그녀 아는.. 詩舍廊/~2021습작 2014.09.14
십만원 십만원 다리 정맥에 맺힌 피떡이 꾸역꾸역 위로 올라와 허파로 가는 모세혈관을 막았다고 했다 야야, 내가 왜 이런지 모리겠다 기운이 한개도 없고 이라다 죽는거 아인지 모리겠다 오십년 적출된 나의 자궁이 나를 부른 날 일단 부리나케 중환자실에 부려놓고 팔십의 앞 뒤를 재본다 폐.. 詩舍廊/~2021습작 2014.08.22
바퀴 옆에서 바퀴 옆에서 장마가 예고된 오후 목적지 없이 집을 나서다 지하철역까지 마을 버스를 타고 지하철은 굳이 타지 않고 아무 버스나 집어 환승 갈 곳도 가고 싶은 곳도 없는 잉여 과천쯤에 내려 벚나무 바람을 쐬다 바삐 달리는 차들과 사람들 방관하는 창가에 단 커피 한 잔 마주하다 오래 .. 詩舍廊/~2021습작 2014.07.17
무력에게 무력에게 장마는 남녘에 걸려 통 올라오질 못하고 있네 에어컨 작동 안되는 차로는 마른 여름을 견디기가 진정 고역일세 아직도 자네는 그 바닥에 머무르고 있군 나는 요즘 자네를 일으키는 일이 가장 큰 일이라네 더 내려갈 곳도 없는 곳에서 자꾸만 드러누워 있으려는 자네 여.. 詩舍廊/~2021습작 2014.07.16
목소리 목소리 본격적인 더위는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묵묵한 하루들이 발끝에 모여 뜨겁다 이맘 때면 언제나 스며나오는 말단의 분노가 맺혀 한꺼풀 왼발은 벌거벗은 지 오래 동으로 난 창턱에 걸어 말려도 말려도 식지 않는 열기들 등성이에서 몰아쳐 재건축 마을 지붕으로 쏟아지는 바싹 마.. 詩舍廊/~2021습작 2014.07.15
환상통 환상통 계단 옆 뭉특한 나무 끝에 목련 한 무더기 터졌다 모두가 꽃 피우니 또한 꽃 피워야 하는 때 앞 뒤 없는 가위질로 몸통만 남았어도 가지가 나아갈 길 끝에 잎보다 먼저 어거지로 꽃 피운 다발 모두가 화사할 때 처절한 고함으로 하얀 피 흘리는 목 없는 목련 2014. 3. 31 詩舍廊/~2021습작 2014.03.31
이미지 140304 이미지 140304 세로로 잘린 풍경 사이 묶음으로 흐르는 시간 긴 대각선으로 촘촘히 꽂힌 햇살 아래 낡은 벽 보이지 않게 떠는 천정 아래 소리를 켠 푸른 빛 표정을 들이미는 불은 빛 도열로 마주하는 순간 몇 마디 건네면 타다닥 솟아오르는 언어들 의미 눈자위와 뒷통수에서 이는 경련 또.. 詩舍廊/~2021습작 2014.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