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가는 길 양평가는 길 삼월, 만세도 푸르기 전 외곽순환도로를 달린다 오년 전에 만났던 거친 꼬마들을 등뒤에 두고 미세먼지에 갇혀 힘겹게 비치는 햇살은 아직 멀다 두 번째인가 버스는 터널을 지나고 앞 뒤의 꼬마들은 엑스오 엑스오 손뼉치며 노래한다 예수의 버스 안에서 예수는 엑스오를 이.. 詩舍廊/~2021습작 2014.03.01
濕雪 濕雪 아무리 기다려도 찾아 오지 않는다면 가는 수밖에 옆구리에 박힌 바늘부터 털고 깊은 몸 일으켜 넘은 고개 넘다 넘다 벼랑 위 함석 지붕 추녀 끝에 걸려 켜켜이 우는 하얀 바다 돌아가지 못하는 파도 2014. 2. 17 詩舍廊/~2021습작 2014.02.17
쫓기는 겨울에는 쫓기는 겨울에는 그럭저럭 겨울은 끝나고 있다 늘 그리운 동해는 산맥을 넘다 하얗게 죽어버렸다는 소문이다 포크레인으로 두터운 동사체를 퍼내며 사람들은 치를 떤다 뭣도 모르면서 어렵사리 미시령을 넘은 바다는 어찌어찌 몇 몇은 날아오르고 남은 몇 몇은 흘러 나를 만나러 올 것.. 詩舍廊/~2021습작 2014.02.17
침묵 침묵 바람 찬 길을 걸으며 말을 잃는다 셔츠 깃 아래에서 솟은 다짐 몇 뭉치 오르지 못하고 다시 가라 앉는다 모서리에 비릿한 상처만 묻었다 한 동안 이야기는 안으로만 맴돌았다 목젖 근처에 잔뜩 맺힌 발자국들 들을 것인가 들을 이가 없을 것인가 헤아리는 것도 두려웠다 바싹 자른 .. 詩舍廊/~2021습작 2014.02.11
콜 우먼 콜 우먼 안녕하세요 하지만 유출되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기다리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요 죄송합니다 저희는 알 수 없는 부분이지만 죄송합니다 괜찮다고 알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 욕은 제발 좀 용서해주십시오 썩을 자, 다음 귀싸대기를 때리실 고객님 쏟.. 詩舍廊/~2021습작 2014.01.24
이미지 140124 이미지 140124 여전히 흐린 겨울 오후 창 밖 무게와 삼투하는 생활의 무게 침침한 눈 아래로 맴도는 행정학 글자 마다에 박힌 희망들 밑줄 긋고나면 금방 지워지는 기억 손가락 사이의 식은 땀 결정된 내일을 지나쳐야 하는 의지 하지만 곧 꺾이는 용기 또 그자리에 서성이는 반 조각 낮달 .. 詩舍廊/~2021습작 2014.01.24
애월 밤바다 애월 밤 바다 바람은 늘 사납다고 했다 대각선으로 가라 앉는 창가에서 검어지는 바다를 시리게 바라보는 일은 등 뒤로 절벽을 쌓는 함몰이다 그림자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때 젖은 몸을 할 수 없이 돌린다 바다가 차례로 부딪혀 세로로 흐르는 창 밖 달 없는 하늘은 통째로 검게 끓는.. 詩舍廊/~2021습작 2013.12.20
다시 어둠 속으로 다시 어둠 속으로 하루 종일 그저 서성댔다 어둠을 딛고 나가 어둠을 밟고 오기까지 코 앞을 쉬지 않고 팠지만 애시당초 닿고자 하는 바닥은 없었다 되돌아온 편지 여섯 통 그들은 벌써 그곳을 떠난게다 무지근한 어깨 위에 걸린 약속 몇 개 내일은 별 볼 일 없는 점심을 먹을 수 있다 두 .. 詩舍廊/~2021습작 2013.12.17
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 너무 깊이 따지지는 않는다 돌아올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어림 잡아도 가늠할 수 있는 몰락 생각을 지워도 은총을 주렁주렁 걸어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남은 것은 시간과 두려움뿐 눈 내리는 창가를 지나 언 땅에 삽을 꽂는다 낡은 깃발 하나 건방지게 걸고 날렵한 삐끼에게 .. 詩舍廊/~2021습작 2013.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