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에 대하여 인용에 대하여 책을 읽다보면 내용 중 5% 정도(심하면 30%도^^)는 인용문이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책이 담고자 하는 내용을 지지하는 도구로서 인용은 효율적이다. 더불어 저자의 박식함을 웅변하기도 한다. 그런데 늘 의문이다. 저 많은 인용들은 저자의 머릿속에 들어 있었던 것.. 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2019.10.17
화 화 모두들 화가 나있다. 나도 화가 나있다. 어젯밤에는 결국 두 사람과 다퉜다. 그들의 화와 나의 화가 충돌했다. 우리의 화는 우리가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첩첩 쌓여있다. 이 좋은 가을날 푸르고 높은 하늘, 미소같은 구름들, 바람들이 우리를 부르고 있는데 우리는 허공에 삿.. 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2019.09.28
결정 결정 지금 내 책상위에는 시집말고 詩작법, 시론 같은 책들이 몇 권 있다. 집 침대 머리맡에도 '현대詩 연구' 같은 책이 놓여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詩를 쓰자. 초라한 삼류시인 신세를 벗어나 일류시인이 되기위해.. 는 절대 아니다. 시집들을 끼고 살아온 지난 사십 년, 책.. 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2019.09.21
쉬는 날 쉬는 날. 내 앞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스무 시간이 있다. 오늘은 순서를 바꿔 뜨거운 목욕부터. 빈 속에 커피를 붓고, 딸 책장에 꽂힌 하인리히 뵐의 소설을 훔쳐 읽어볼까 한다. 도대체 얼마만에 읽는 소설이냐. 서사를 거부하게 된 이유는 뭘까? 詩를 향한 집착? 이야기꾼.. 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2019.09.19
택시의 꿈 택시의 꿈 택시일을 그만둔지 3개월이 지났다. 아직도 길가에서 누가 손을 들면 무심결에 핸들을 그쪽으로 돌리려는 택시운전수가 내 안에 남아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그 주황색 일터에서 벗어난 듯 하다. 택시운전 경력 14개월. 노후 밥벌이로 생각하고 있는 개인택시를 하려면 22.. 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2019.09.04
휴일 휴일 토요일 출근하는 대신 주중에 하루를 쉰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목요일에 쉰다. 월, 화, 수 사흘 일하고 하루 쉬고, 금, 토 일하고 일요일에 또 쉰다. 한 석달 이렇게 쉬니 나름 익숙해진다. 주말 이틀 쉬면 잠깐 일박이일 여행도 다녀 올 수 있지만 하루씩 쉬니 그런 계획은 좀 .. 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2019.08.29
36년 전의 실감 36년전 새벽. 아버지는 51년간 이어온 목숨을 놓으셨다. 그때 나는 23살 대학생. 지금은 아버지가 못 살아보신 몇 년의 세월을 더 산 나이가 됐다. 내 눈 앞에서 생사가 나뉘는 순간과 모습을 처음 보았고, 그 후로 다시 본 일도 없다. 눈물을 흘리진 않았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세상.. 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2019.08.23
어떤 기다림 어떤 기다림 파주로 다시 출근한 지 스무 날이 지났다. 14개월 택시 운전으로 배인 습관들이 조금씩 지워지는 걸 느낀다. 길가에서 손을 드는 사람들에게로 무심코 다가가려는 나를 보고 몇 번인가 웃었다. 아침 일곱 시에 집을 나와 밤 열 시쯤 집에 도착하는, 생활도 이젠 익숙해.. 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2019.06.26
J J 그는 제법 오래된 친구다. 나는 그에게 신세를 많이 졌다. 현재 그는 몇 가지 불편한 상황에 놓여 있고 그 상황을 초래한 책임의 일정 부분은 나에게도 있다. 그는 스스로 세운 원칙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가끔은 그 원칙에 갇혀 다른 부분을 놓치기도 하지만 끝없이 .. 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2019.06.19
밥값 생각 밥값 생각 짧은 실업자 생활 마지막 날. 할 일은 많지만 굳이 아무 것도 안하고 하루를 보낼까 한다. 50km 밖의 일터, 그곳에서 어떻게 밥값을 할 것인가? '아침 저녁 무렵에만 잠깐씩 일하고 낮에는 글도 쓰고.. 편하게 지내시지요.' 라는 대표의 말. 고마우면서도 부담 많이 되는 배.. 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2019.06.05